스스무 요나구니는 요리사 모자를 쓰지 않는다. 요리사 옷도 입지 않는다. 언제나 헐렁한 티셔츠에 야구모자를 쓰고 있다. 그런 모습으로 주방을 어슬렁거린다. 요리사처럼 보이지 않는다. 요리사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는 되묻는다. 스스무 요나구니는 뉴욕에서 20여 년간 요리사로 일했다. 유럽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뉴욕의 레스토랑 동네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부주방장이 되었고, 곧 주방장이 되었다. 뉴욕타임즈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요리사가 된 것이 우연이라고 말한다. 우연의 힘이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고 왔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린 나이에 영국으로 가서 우연히 요리를 시작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우연히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우연히 도자기 아티스트가 되었으며 역시 우연히 극진공수도의 유단자가 되었다. 그는 우연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에게 삶은 신비로운 물음표였다. 그가 이제 우연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요리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시간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믿음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비밀의 주방 문이 열렸다. 스스무 요나구니가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