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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7:02 수정 : 2007.06.21 17:06

생활인으로서의 마피아를 그렸던 텔레비전 드라마 <프라노스>의 한 장면. 뉴욕 식당가는 마피아들이 장악하고 있다.

[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⑥

돈봉투에 넘어가면 끝장, 음식평론가에 혹평당해도 끝장

뉴욕 식당가는 마피아의 세계여요. 생선시장 사람들도 마피아고, 냅킨 업자들도 마피아고, 쓰레기 업자들도 마피아예요. 생선시장 앞에 아주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거기에 차 댔다간 곧바로 펑크나요. 전부 마피아들의 지정된 주차장인 거예요. 나도 생선 사러 가면 절대 말 함부로 안 해요.

마피아에게 돈을 빌리는 요리사들이 있는데, 그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에요. 내가 아는 친구는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서 손가락이 부러졌어요. 그 친구 오른손잡이였는데, 왼쪽 새끼손가락이 부러져서 돌아왔어요. ‘어서 빨리 돈벌어서 갚으라!’고 했대요.

돈을 받으면 생선 질이 떨어진다네


내가 부주방장이 됐을 때 이야기여요. 부주방장이 됐다는 건 모든 식재료 주문을 담당하는 사람이 된다는 의미예요. 권력이 생기는 거죠. 부주방장이 되자마자 생선도매상 업자가 저에게 왔어요.

“스스무, 부주방장 됐다면서? 정말 축하한다. 이번주말에 우리집에서 바비큐 파티하는데 오지 않을래?”

평소에 친하게 지냈기에 놀러 가기로 했어요. 갔더니 정말 집이 으리으리해요. 그렇게 좋은 집에 살고 있는 줄 몰랐어요. 주차장에는 재규어가 있었어요. 재규어에 나를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기도 했어요. 고속도로의 과속감지 레이더를 피해갈 수 있는 장치도 있었어요. 그땐 그런 게 정말 비쌌어요.

그리고 파티가 끝날 때쯤 나에게 봉투를 하나 줬어요. 봉투 안은 안 봤지만 무거워요. 한 2천∼3천달러는 됐을 거 같아요. 난 곧바로 봉투를 돌려줬어요.

“난 이런 거 필요없어. 대신, 좋은 생선이나 많이 구해 줘!”

그런 돈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받는 순간 곧바로 인생 끝장나는 거예요. 일단 돈을 받으면 생선 질이 점점 나빠져요. 그리고 다니던 식당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업체를 바꿀 수도 없어요. 보통 한 식당에서 가계 서너 곳과 거래해요. 한쪽 가게 생선이 나빠지거나 가격이 오르면 다른 곳으로 바꿔 버리거든요.

그러니 한 1년 지나기 전에 주방장에게 들킬 수밖에 없어요. 생선 질은 점점 나빠지는데 가격은 조금씩 올라가니까 …. 그러면 그 사람 바로 잘려요. 그러면 다시는 뉴욕에서 일 못해요. 뉴욕에는 식당이 엄청나게 많지만 고급 식당들은 모두 연결돼 있어요. 돈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면 곧바로 좌악 퍼져요.

주방장으로서는 배신당하는 거예요. 화가 날 수밖에 없어요. 믿고 맡겼는데 뒷거래를 하면 배신이에요. 주방장은 부주방장을 100퍼센트 믿어요. 믿지 못하면 절대 맡길 수 없어요. 그래서 보통 주방장과 부주방장을 부부라고 불러요. 투수와 포수로 부르기도 하고 ….

부주방장이 해고당하는 경우가 또 있어요. 뉴욕에서는 <뉴욕타임스> 음식평론가들의 별점 영향력이 엄청나요. 별이 떨어지면 부주방장이 바로 그만둬야 해요. 별 세 개 받던 식당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날 뉴욕타임스 평론가가 와서 먹어보고는 별 두 개를 줬어요. 그러면 그만둬야 해요. 그러니 요리에 인생을 걸 수밖에 없고, 매순간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미미 셰러턴을 입장시키지 말라”

내가 뉴욕에 처음 갔을 때는 미미 셰러턴이 <뉴욕타임스>에 평론을 쓰고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여자예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사르디’(Sardi)라는 식당을 두고 미미가 글을 쓴 적이 있어요. 정말 유명한 식당이었어요. 브로드웨이 근처에 있었으니 배우들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무척 많이 왔죠.

스스무 요나구니

<뉴욕타임스> 식당 별점 등급이 어떻게 돼 있냐면, ‘별 넷’, ‘별 셋’, ‘별 둘’, ‘별 하나’, ‘그저 그렇다’, ‘불만’ 이렇게 돼 있어요. 그런데, 미미 셰러턴이 이 유명한 식당에다가 ‘그저 그렇다’였나, ‘불만’이었나를 줬어요. 난리가 났죠. 뉴욕 식당 주인들이 전부 긴장했어요. 뉴욕 식당의 계산대에 전부 미미 셰러턴이 사진이 붙어 있었어요. 그를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한 식당도 많았어요. 사르디는 결국 6개월 만에 문을 닫았어요. 카네기홀 바로 옆에 있던 ‘러시안티룸’이라는 식당도 미미에게 혹평을 당한 곳인데, 그 집도 망했어요. 한 사람의 힘이 그렇게 커요.

미미 셰러턴은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아메리칸 퀴진’이 막 시작되고 있을 때였어요. 미미는 그런 식당들을 지지했어요. 스타가 많이 오고, 인테리어가 멋진 식당이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불문율을 그녀가 깨버린 거예요. 아주 작은 식당에서도 정말 멋진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거예요.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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