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주방의 온도는 끔찍하다. 그릴을 담당하면 소변을 보러갈 필요도 없다. 모두 땀으로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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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⑪
여름만 되면 생각나는 뉴욕 식당의 그 끔찍하도록 뜨거운 추억
식당에 대한 진리가 하나 있어요. ‘식당에 손님이 많은 것은 이유가 없지만, 손님이 없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거예요. 주방에 있는데 손님이 없을 때면 별의별 생각을 다 해요. ‘오늘은 비가 많이 왔으니까 손님이 없구나!’ ‘오늘은 휴가철이니까 손님이 없구나!’ 등등. ‘오늘은 날씨도 좋고 내 기분도 좋은데 왜 손님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자기가 만든 음식 상태를 생각해 봐야 해요. 지금은 뜨거운 여름철이고 휴가철이니까 손님이 없을 수 있어요. 여름만 되면 뉴욕에서 그릴을 담당했던 식당이 떠올라요.
“그릴 담당 계속하면 그만두겠다”
그릴의 온도는 정말 끔찍해요. 그릴이 하나뿐인 식당도 있지만 그릴이 둘인 식당의 온도는 정말 말도 못해요. 그릴을 담당하는 요리사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 2리터가 넘을 거예요. 소변을 보러 갈 필요도 없어요. 모두 땀으로 나오니까요. 내가 있던 식당에서 그릴을 담당하던 사람 두 명이 기절하는 걸 봤어요. 서 있다가 그냥 옆으로 픽 쓰러지는 거예요. 얼마나 덥겠어요. 나도 석 달 정도 그릴 담당을 했어요. 기절한 그릴 담당 요리사가 식당을 그만뒀기 때문에 누군가 그 일을 해야 했어요. “스스무, 네가 그릴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주방장이 얘기했을 때 나는 알겠다고 했어요. 끔찍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할 수밖에 없어요. 보통 그릴 담당을 맡는 사람은 두 종류예요. 식당에 막 들어온 신입이거나 곧 부주방장이 될 사람이거나 …. 그릴을 담당하면 하루에 옷을 세 번 정도 갈아입어야 해요. 등에서부터 신발까지 다 젖어요. 그릴이 뜨거우니까 다치는 일도 많아요. 주방에서 제일 힘든 일이에요.
내가 일하는 식당에 손님 200명이 있다면 그 중 100명 정도는 그릴에서 만든 요리를 먹어요. 생선도 그릴에서 굽죠. 달팽이도 쇠고기 스테이크도 양고기도 다 그릴에서 만들어야 해요. 로스트비프(큰 덩어리째로 구운 쇠고기)도 그릴에서 만들어요. 나는 그릴에서 딱 석 달 일했어요. 주방장에게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릴을 계속해야 한다면 식당을 그만두겠다”고. 그때 새로 들어온 요리사가 제 뒤를 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 식당의 그릴은 너무 끔찍했어요.
주방의 서열을 잠깐 설명할게요. 우선 주방장(Chef)이 있어요. 그리고 부주방장(Sous Chef)이 있어요. 그 아래에 ‘셰프 투르낭’(Chef de Tournant)이 있어요. 그 아래에 ‘셰프 파르티’(Chef de Partie)가 있어요. 주방장은 주방 전체를 지휘해요. 부주방장은 재료를 주문하고 요리사들을 관리해요. 셰프 투르낭의 몫이 중요해요. 이 요리사는 모든 요리를 잘할 줄 알아야 해요. ‘투르낭’이라는 말은 영어로 턴(Turn)이란 뜻이에요. 빈자리가 생길 때마다 그 일을 대신 해 주는 거예요. 소스 담당이 쉬는 날엔 소스를 만들고, 생선 담당이 쉬는 날엔 생선요리를 만들어요. 그만큼 요리를 잘해야 하고 조리법에 맞는 정확한 요리를 해야 해요. 의사로 말하자면 인턴 같은 거예요. 그 아래에 생선·채소·소스 같은 셰프 파르티가 있어요.
소스와 채소로 보여주는 텃세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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