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립대학교 총장 최근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금강 본류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금강의 건강성이 회복되는 것 자체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인간과 강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실마리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감동을 느꼈다.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환경은 ‘깨끗한 물이 흐르고 가는 모래가 깔린 얕은 여울’이며, 우리가 이전부터 경험하고 기억하는 강의 모습이다.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처였으나, 발표 이후에 보 처리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충청남도에서는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필자는 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금강유역 주민의 우려를 경청하고 있다. 금강유역 주민들이 금강의 자연성 회복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보 개방이나 해체가 농업용수 등 물 이용에 장애가 되지 않을지, 다리(공도교)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지역축제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를 염려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우리 강이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할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보가 해체되더라도 지류·지천의 오염원 관리, 대량의 하천 준설, 하굿둑 영향 등으로 강이 금방 예전 모습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 처리방안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물이용뿐만 아니라 관계있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강의 자연성 회복 목표가 어떤 것이어야 할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강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더라면 보 처리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환경부에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의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만 이런 비전은 일부 전문가나 정부 부처만이 아니라 강 유역, 나아가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수계별 토론회 등을 통해 ‘그들의 비전’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환경부만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한 다음 국가의 비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 강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금강 보 처리방안도 해체냐 유지냐의 관점이 아니라,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미래지향적인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강의 자연성 회복은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연성 회복은 최종적으로 인간과 강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높은 제방과 보를 건설하고 복개하는 등 개발과 이용 중심으로 설정된 지금까지의 하천정책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의 강으로 만들었다. 강에서 모래를 밟고 미역을 감던 우리 강은 이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대상이 됐다. 강의 종 방향과 횡 방향의 단절이 해소되고 생태계가 살아난다면, 다음 세대는 잘 가꾸어진 강과 더불어 살면서 맑은 물, 경관과 같은 강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향유하게 될 것이다. 강의 풍요로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성숙한 사회를 기대한다.
칼럼 |
[기고]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 허재영 |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최근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수마자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금강 본류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금강의 건강성이 회복되는 것 자체로 반가운 소식이지만, 인간과 강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실마리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에 감동을 느꼈다.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환경은 ‘깨끗한 물이 흐르고 가는 모래가 깔린 얕은 여울’이며, 우리가 이전부터 경험하고 기억하는 강의 모습이다.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금강·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처였으나, 발표 이후에 보 처리방안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충청남도에서는 도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기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였다. 필자는 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금강유역 주민의 우려를 경청하고 있다. 금강유역 주민들이 금강의 자연성 회복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보 개방이나 해체가 농업용수 등 물 이용에 장애가 되지 않을지, 다리(공도교)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닌지, 지역축제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를 염려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우리 강이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할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보가 해체되더라도 지류·지천의 오염원 관리, 대량의 하천 준설, 하굿둑 영향 등으로 강이 금방 예전 모습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 처리방안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물이용뿐만 아니라 관계있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강의 자연성 회복 목표가 어떤 것이어야 할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강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더라면 보 처리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환경부에서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의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만 이런 비전은 일부 전문가나 정부 부처만이 아니라 강 유역, 나아가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수계별 토론회 등을 통해 ‘그들의 비전’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환경부만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 등 모든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한 다음 국가의 비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논의를 거쳐 강의 자연성 회복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금강 보 처리방안도 해체냐 유지냐의 관점이 아니라,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미래지향적인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강의 자연성 회복은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자연성 회복은 최종적으로 인간과 강의 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높은 제방과 보를 건설하고 복개하는 등 개발과 이용 중심으로 설정된 지금까지의 하천정책은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태의 강으로 만들었다. 강에서 모래를 밟고 미역을 감던 우리 강은 이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대상이 됐다. 강의 종 방향과 횡 방향의 단절이 해소되고 생태계가 살아난다면, 다음 세대는 잘 가꾸어진 강과 더불어 살면서 맑은 물, 경관과 같은 강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향유하게 될 것이다. 강의 풍요로움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성숙한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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