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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31 05:59 수정 : 2019.10.31 19:40

최종률(가운데) 라오스 소프트테니스 대표팀 감독이 30일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스포츠센터 센터코스에서 선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이저우/김경무 선임기자

최종률 라오스 소프트테니스 감독
2007년부터 타이 베트남 외
캄보디아, 네팔에 정구 전파
2011년엔 라오스에서 훈장
“돈도 없고, 꿈도 없이 사는
선수들 도와주고 싶어 시작…
어머니는 논 팔아 1억원 지원”

최종률(가운데) 라오스 소프트테니스 대표팀 감독이 30일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스포츠센터 센터코스에서 선수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이저우/김경무 선임기자

“아이고~ 우리 형님, 고생 많으십니다. 동남아시아까지 찾아가 소프트테니스(정구) 보급하느라고….” 한 경기인은 그의 열정과 노고를 이렇게 귀띔했다.

제16회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스포츠센터 센터코트에서 30일 만난 최종률(64) 라오스 소프트테니스 대표팀 감독 얘기다. 지난 2007년부터 13년 남짓 라오스를 비롯해,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타이 등을 돌아다니며 소프트테니스 보급에 앞장서 경기인들 사이에 귀감이 되고 있는 지도자다.

“2007년 타이 대표팀 감독을 하다가 배낭을 메고 라오스로 무작정 넘어갔어요. 올림픽위원회에 찾아가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익스큐스 미’(Excuse me) 하고 라켓과 공을 보여주며 ‘이게 정구다. 너희들한테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가 체육부 국장으로 스포츠를 총괄하는 인물이더라구요.” 방콕에서 라오스 국경까지 무려 14시간 버스를 타야 했고, 다시 3륜차(뚝뚝이)를 타고 ‘무데뽀’로 올림위원회를 방문한 그였다.

“9월 경기도 안성에서 세계정구대회가 열리는데 너희 선수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고 했어요.” 최 감독의 제의는 결국 받아들여져 라오스 테니스 선수 출신 가운데 국가대표를 뽑아 가르쳤다. 타이와 라오스 팀을 지도해야 했기에 그는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먼거리를 왔다갔다 해야 했다.

최종률 감독이 지난 2017년 네팔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코트 환경이 열악하다. 최종률 감독 제공

“그해 결국 타이와 라오스 선수들을 방콕에서 모아 안성 세계대회에 출전시켰는데, 복식에서 라오스 고교생이 미국 선수를 이겨 라오스 현지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최 감독은 2011년 동남아시안게임 때 라오스대표팀의 남녀 단체전 동메달 획득으로 외국인 지도자 최초로 체육훈장까지 받았다고 자랑했다.

최종률 감독은 소프트테니스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난 2007년부터 6년 동안은 자신의 사재를 털어 홀로 동남아를 떠돌았다. 그 뒤 2013년부터는 ‘저개발국 해외파견 지도자 기금’(대한체육회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지역의 선수들을 가르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했다. 1년에 7개월 동안 매달 500만원씩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2007년 타이 감독할 때 월 80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월세 50만원 내면 생활비도 안 돼 집에서 가져다 써야 했어요. 아내가 ‘나이도 있는데 왜 사서 고생하고 다니느냐’고 노발대발하고….”

이런 와중에 어머니가 큰힘이 됐다. “논 3000평을 팔아 1억원을 넘게 저를 지원해줬어요.” 아내가 보험대리점을 하며 돈을 벌고, 자식이 없는 것도 그가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도움이 됐다.

“라오스나 네팔 선수들 너무 열악한 상황에 있어요. 선수들 돈도 없고, 꿈도 없어요. 소프트테니스를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소프트테니스를 통해 어려운 선수들과 인연을 맺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최 감독은 “2010년부터 엔에이치(NH)농협은행 여자정구팀 감독(당시 장한섭)과 코치(유영동), 선수 7명이 매달 1인당 10달러씩 갹출해 적립한 돈을 라오스, 캄보디아, 네팔 등 선수 3명씩에게 전달해주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이계왕)도 이번 세계대회에서 캄보디아, 네팔, 라오스 등 세나라 선수단에 700만원 상당의 라켓과 공, 유니폼 등을 제공했다. 또한 라오스와 베트남 선수단 12명의 항공료 900만원도 지원했다.

라오스대표팀의 최종률 감독과 선수들이 이번 세계대회 기간 중 이계왕(가운데)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회장으로부터 라켓 등 700만원 상당의 용품 지원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최 감독은 목포 제일중 1학년 때 ‘목포상고 선배들이 하얀 옷을 입고 공을 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 소프트테니스 선수생활을 시작했고 목포상고를 나와 2002~2006년 서울시청 감독을 지냈다. 경기인 1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보유하고 있다.

타이저우(중국)/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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