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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26 21:53 수정 : 2015.03.27 11:11

이준호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

[평창올림픽 분산개최 연쇄 인터뷰] ② 이준호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

“겨울올림픽 개최지들을 직접 가보니 스키장 옆에 지은 빙상장은 사후 활용이 제대로 안 되더라.” 이준호(50)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 출신으론 유일하게 ‘평창올림픽 분산개최를 위한 시민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체육계의 눈밖에 날 것을 무릅쓰고 분산개최를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생생한 경험 때문이다. 쇼트트랙이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이 전 감독은 1998년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알베르빌은 썰렁했다. 쇼트트랙 경기장 인근에 있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이미 얼음판을 없앤 상태였다.

이 전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겨울올림픽 개최지들에서 열린 여러 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1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그는 “빙상인으로서 평창올림픽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일은 피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처럼 작은 도시에 빙상경기장 네댓개를 몰아넣으면 예산 낭비가 불가피하고 사후 활용도도 떨어진다. 직접 가본 겨울올림픽 개최지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설 활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말했다.

작은 도시에 빙상경기장
네댓개 몰아넣으면 예산낭비 불가피

겨울올림픽 개최지들
캘거리 빼곤 빙상장 제대로 운영안돼
인구 적고 대도시와 떨어져 있어
국제대회 이후 활용도 떨어져

평창올림픽 국민 지탄 피하려면
빙상장 일부 수도권 옮겨야

-겨울올림픽을 마치고 빙상장이 잘 운영되는 곳이 있나?

“선수와 감독으로서 토리노, 나가노, 릴레함메르, 인스브루크 등 세계 각국의 빙상장을 다녀봤지만, 잘 운영된다고 꼽을 수 있는 곳은 캐나다의 캘거리가 거의 유일했다. 그곳은 숙식과 운동시설이 워낙 훌륭하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무료로 숙식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각종 마케팅과 기반시설로 겨울스포츠 훈련장의 메카처럼 됐다. 그외 대부분 도시들의 빙상장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이들 도시엔 공통점이 있다.”

-무슨 공통점인가?

“겨울올림픽은 대개 큰 스키장이 있는 도시에서 열린다. 그런 스키장을 끼고 있는 도시는 인구가 적고, 대도시와도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알베르빌은 인구가 불과 2만명에 불과했다. 평창군의 인구도 5만명이다. 이런 도시나 혹은 인근에 국제대회 규모의 빙상장을 서너개 만드니 올림픽 이후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럼 빙상장의 좋은 입지는 어디인가?

“대도시다. 빙상장은 기본적으로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 실내경기장이어야 하고, 빙질 관리와 통풍·냉난방 비용만도 상당하다. 따라서 배후에 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잡아 사용 빈도를 높여야 한다. 게다가 최근엔 생활체육시설로도 활용도가 높다. 국내 빙상장 중에 목동아이스링크의 활용도가 높은 것도 배후에 인구가 많아서다. 좋은 시설의 빙상장이 꼭 필요한 대도시에는 부족하고, 오히려 활용도가 떨어지는 소도시에 빙상장을 여러개 만드는 것은 낭비일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에서 강릉에 신축하기로 한 4개의 빙상장 가운데 두 개가 철거될 계획이라는데, 빙상인 입장에선 좋은 시설의 빙상장을 애써 만들고 바로 헐어버리는 것도 안타깝다.”

-빙상인으로서 유일하게 시민모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직접 나서지 못할 뿐, 분산개최를 지지하는 빙상인들이 꽤 있다. 우리 빙상인들에게 자국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은 정말 꿈만 같은 일이다. 특히 선수들에겐 인생에 다시 없는 기회다. 그런 올림픽이 누구나 뻔히 아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데, 왜 우려가 없겠나.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겨울올림픽 이후 국민들한테서 ‘괜히 올림픽 치렀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빙상장 일부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분산개최를 검토해봐야 한다.”

글·사진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심층리포트]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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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심층리포트] 평창올림픽 분산 개최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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