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3 18:14
수정 : 2005.01.13 18:14
티지(TG)삼보가 외국인 선수 처드니 그레이의 퇴출 후폭풍에 휘말렸다.
티지삼보는 12일 그레이 퇴출 이후 첫 경기인 에스비에스(SBS)와의 안방 경기에서 74-69로 졌다. 70점도 못 넘는 득점력, 손발의 부조화, 새 외국인 선수 아비 스토리의 무거운 몸놀림. 티지삼보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로서는 주초 4연승 뒤 퇴출당해 코트가 아닌 관중석에 경기를 지켜본 그레이가 더욱 그립고 애처로울 수밖에 없었다.
13일 티지삼보 홈페이지(
www.xers.co.kr )에는 그레이를 퇴출시킨 구단 쪽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잘하던 선수를 버리는 것은 ‘조강지처’를 버린 것과 마찬가지이고, 조강지처 버려서 잘되는 사람 없다는 식이 대부분이다. 팬 김동경씨는 “티지삼보는 분명히 땅을 치고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수준높은 플레이로 많은 농구 팬들 열광하게 만든 그레이를 빼다니…”라고 안타까워했다. 한우리씨는 “그렇게까지 해가며 우승을 해야만 하는 겁니까? 티지삼보 구단에 실망감이 앞서네요”라고 배신감을 표시했다. 극소수 팬들만이 “우승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1m86의 비교적 단신인 그레이는 넓은 시야, 신들린 듯한 드리블, 가공할 외곽포,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을 지킨 ‘작은 거인’이었다. 욕심을 버린 팀 플레이, 상대의 반칙에 인상 한 번 안 쓰는 매너는 국내 팬들을 감동시켰다. 시즌 31경기 평균 17.3점, 5.4튄공잡기를 해냈다. 그러나 티지삼보 구단은 “우승을 위해서는 김주성의 수비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장신 선수가 필요하다”며 그레이를 버렸다.
그러나 최형길 티지삼보 단장도 “지금 팬들의 분위기로는 우승을 해도 불만이 가라앉을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는 눈치다. 눈물을 머금은 그레이는 이번 주 말 미국으로 떠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전창진 감독-“김주성 도울 선수 필요했다”
전창진 감독의 속도 편하지는 않다. 전 감독은 “그레이를 보내 가슴이 아프다”고 입을 뗐다. 착잡한 듯 목소리가 가라앉은 전 감독은 “3라운드까지는 신기성을 도와줄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찾았고, 4라운드와 플레이오프에서는 김주성을 도와줄 수 있는 선수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전 준우승으로 속앓이를 많이 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며 “팀의 성적은 어느 누구보다 감독이 책임진다”라고 말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