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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17:56 수정 : 2005.01.13 17:56

신한은행 전주원 코치
초보 티 벗으려 동분서주
“갓난 딸 얼굴도 못봐요”

“너네들 일대일 기억하지? 내가 이렇게 들어가면 너네는 이렇게 막는 거야. 그치? 맞지?”

한 손에는 농구공을 잡고 눈으로는 연신 다른 한 손에 들린 작전 공책을 펴보며 지시가 맞는지 확인했다. 아직 웃음기가 섞인 망설이는 듯한 말투가 어색함을 더했다.

13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는 전주원(32) 신한은행 코치는 ‘새내기’ 티가 뚝뚝 떨어졌다. 선수시절 최고의 포인트 가드로 코트를 호령하던 모습은 오간 데 없었다.

전 코치의 얼굴은 밝았다. 개막 이후 4연패 할 때 “정말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 뒤 2연승이 여유를 갖다줬다. “코치요? 예전엔 ‘선수들보다 몸 편하지, 감독보다 마음 편하지 저 자리가 제일 좋겠다’ 싶었는데 아니더라고요. 중간에서 다리 노릇하랴, 훈련 챙기랴, 알아서 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전 코치는 지난 겨울 시즌을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고 갑작스레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아직 ‘수습’ 코치이기 때문에 훈련 지휘보다는 경기를 보고, 공부하는 데 바쁘다. 선수가 훨씬 화려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지만 후회는 않는다. 다만 올 시즌 들어 부쩍 늘어난 관중을 보며 ‘나도 이런 좋은 시절에 뛰어야 했는데’하고 만시지탄 할 뿐이다. 그는 겨우 출산한 지 4달이 지났다. “감독은 경기 운영에만, 선수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 제 구실이어요.”

코치가 되면서 그는 절대 하지않을 두 가지를 정했다. ‘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하고 선수 시절의 자신과 지금 선수들을 비교하는 일, 그리고 농구를 못한다고 인간적인 모욕을 주는 일이다. “코트 안과 밖은 천지 차에요. 지도자라면 비교보단 지금 내가 지도하는 바로 이 선수를 어찌하면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해야죠. 그리고 농구를 못한다는 게 몹쓸 죄를 짓는 것은 아니거든요.”

합숙과 경기 탓에 갓난 딸과 3주나 떨어져 있다는 전 코치.


“아직 배울 것 투성이에요. 최소한 10년쯤 뒤에야, 그것도 아주 열심히 해야 여자 감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보다 팀이 4강에 드는 게 훨씬 먼저 해야할 일이죠.”

안산/글·사진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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