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4 17:41
수정 : 2019.12.05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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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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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우승팀 바꾼 포항 부활의 사령탑
선수시절 19년간 501경기 출장 ‘철인’
템포축구로 ‘기동타격대’ 별칭 얻어
선수들에 “네 뜻 마음껏 펼쳐라” 자극
잠재력 선수 데리고 가성비 최고 활약
“니폼니시 감독 영향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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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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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치열했던 2019 K리그. 우승컵은 두 곳으로 보내졌다. 그 예측불허의 정점에서 화약고를 터뜨렸다고나 할까. 승부 세계의 냉혹함을 보여준 그는 ‘독종’이라는 별칭을 달아도 될 것 같다.
시즌 최종전에서 울산 현대의 우승 꿈을 무산시킨 김기동(47) 포항 스틸러스 감독 이야기다. 4일 전화로 연결된 그는 “우리도 이기고, 울산도 우승하기를 바랐다. 이기겠다며 열심히 뛴 우리 선수들의 열정만 기억한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인 4월 최순호 감독 후임으로 코치에서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가 하위권 팀을 ‘강호 킬러’로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포지션과 템포”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저마다 자기 위치가 있다. 그 위치를 융통성 없이 고집하면 중복이 생길 수 있고, 고립될 수도 있다. 포항은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벌떼축구를 한다. 김 감독은 “강약과 템포를 살리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 포항 특유의 패스축구에서 진화한 템포축구는 전진형”이라고 말했다.
스타 선수도 없고, 일부 시민구단보다 적은 재원을 쓰는 포항이 응집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의 ‘형님 리더십’에서 나온다. 올해 서울에서 영입한 왼쪽 풀백 심상민은 시즌 초반 기가 죽어 적응을 못하다가, “기술보다 심리가 우선”이라는 김 감독의 격려 아래 “팀 분위기를 만드는” 적극적인 선수로 바뀌었다. 임대로 영입한 미드필더 최영준은 김 감독이 구상하는 “팀 완성의 마지막 퍼즐” 구실을 하고 있다. 오랜 코치 생활을 통해 선수들의 잠재력을 면밀히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식안이 큰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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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이긴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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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여우’ ‘작은 거인’으로 불린 그가 한없이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일류첸코와 팔로셰비치는 그의 깐깐한 조련에 의해 열정맨으로 거듭났다. 팔로셰비치의 경우 즉시 전력으로 필요했지만 자신의 축구철학을 소화하지 못하자, “100% 몸상태가 되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며 배제했다. 지금은 경기당 평균 12㎞를 주파하는 등 가장 부지런히 뛴다. 둘이 후반기 반시즌에만 올린 공격포인트가 20개나 된다.
선수시절 19년간 필드 플레이어 최다 출장(501회), 최고령 출장 등 ‘기록의 사나이’였던 그는 철인이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워낙 활동량이 많고 영리했다. 성실함의 대명사였다”고 평가했다. 지금은 후배 이동국에 의해 그의 기록이 깨졌지만, “경기장에서, 훈련장에서 딱 90분 투자한다. 선수는 모든 걸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철칙이 몸에 배었다.
부천 에스케이(SK) 선수 시절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지휘를 받은 것도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감독은 저마다 축구철학이 있다. 그것은 맞다 틀리다가 아니다. 선수들은 적어도 감독에 맞추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극은 필드에서나 라커룸, 아니면 식당 등에서 대화를 통해 메워진다. 그는 “외국 선수들한테도 부족한 부분과 잘한 부분에 대해 즉시즉시 피드백을 해준다. 그러면 고마워하고 빠르게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발재간이 뛰어난 왼발 천재 완델손을 좌우 날개 공격수로 변환시키거나, 경기 중 임기응변식으로 전술 변화를 가져가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2012년 선수 은퇴 뒤 청소년대표팀, 아시안게임·올림픽 축구대표팀 코치 등을 역임한 그는 올해 처음으로 프로 사령탑을 맡았다. 아직 지도자로서 갈길은 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열정 축구다. “‘지금까지 그랬어’라는 말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말하는 김 감독은 매일매일 변신하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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