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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7 09:02 수정 : 2019.10.17 09:12

진영 결정하는 손흥민과 정일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과 북한 정일관(11번)이 진영 결정을 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원정에서 접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연합뉴스

현장에서 경기 관람 피파 회장
“축구장에 팬 한 명도 없어 실망
생중계 막은 사실에 더 놀랐다”
축구팬 “21세기에 중계 못해 황당”
독 잡지 “특이한 상황, 기괴한 경기”
‘스포츠가 정치 희생양’ 씁쓸한 풍경

진영 결정하는 손흥민과 정일관 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과 북한 정일관(11번)이 진영 결정을 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원정에서 접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연합뉴스

“너무 극단적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한의 평양 경기(0-0) 후폭풍이 크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이해할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 회장까지 직접 지켜봤는데 무관중이라는 것은 너무 심했다. 북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팬들도 당혹스럽다. 한 축구팬은 “21세기에 라디오 중계도 들을 수 없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2023 여자월드컵 개최도 어색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과 북한 당국자,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 3자가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2023 여자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한 얘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관전한 인판티노 피파 회장은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어 실망스러웠다. 경기 생중계와 기자들의 접근을 막은 이슈를 알고 놀랐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런 문제들을 북한 축구협회에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무관중 경기는 일관성도 없는 일이다. 북한은 20일부터 평양 류경·정주영 체육관에서 여는 2019 아시아유스·주니어 역도대회에 남쪽 기자단에 초청장을 보냈다. 더 관심이 높은 축구 경기를 꽁꽁 걸어 잠근 것과 비교하면 어떤 기준으로 풀고 묵는 것인지 모순적이다. 더욱이 북한 주민들의 관중석 입장도 막은 것은 안방 이점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헤딩하는 북한 리영철15일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에서 북한 리영철(18번)이 헤딩하고 있다. 옆은 손흥민.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원정에서 접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AFC 제공] 연합뉴스

축구가 정치와 편견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빈번하다. 14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렸던 잉글랜드와 불가리아의 2020 유럽축구대회 A조 예선에서는 안방 관중의 인종차별 발언과 나치식 경례 등 극렬한 행동이 불거져 전반에만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 잉글랜드 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했고, 불가리아는 일단 축구협회장이 사퇴하면서 수습에 나섰으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깜깜이 축구’에 대해 요아킴 베리스트룀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올린 트위터 영상과 글은 곱씹어볼 만하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그는 양국의 국가 연주, 양 팀 선수들 간 충돌 장면 등을 영상에 담았는데, 선수들이 엉켜 대립하는 장면에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되는데, 오! 그런데 아이들이 하나도 없네…”라고 표현했다. 또 남한 국가가 울려 퍼지는 영상에는 “평양에서 한국 국가가 연주되는 희망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적었고, 북한 국가가 울리는 장면에서는 “이 자리에 있어 대단하다. 오늘 밤 남북간 경기를 응원한다”고 썼다.

축구팬들은 지척에서 열리는 경기임에도 3국을 경유한 문자메시지나 한쪽만 수신되는 메일을 전달받은 미디어를 통해 경기 상황을 접했다. 후반에 한국이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는 소문으로 듣는 등 ‘미디어 암흑 상태’에 빠졌다. 독일의 축구 전문지 키커는 “기괴한 경기였다. 경기를 둘러싼 특이한 상황 때문에 결과는 부수적인 것이 됐다”고 꼬집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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