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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8 15:48 수정 : 2019.08.28 19:23

수원FC의 공격수 안병준(오른쪽)이 7월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에서 드리블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북한대표 출신 프로축구 2부 수원FC의 골잡이
10월 월드컵 2차 예선 남북대결 앞두고 기대감
“당장 중요한 건 팀, 대표팀은 나중 문제”

수원FC의 공격수 안병준(오른쪽)이 7월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에서 드리블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안병준이 잘 있나요?”

프로축구 관계자는 지난달 국제무대에서 만난 북한 축구 인사한테 대뜸 이런 얘기를 들었다. 북한이 10월15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한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맞대결을 앞두고 대표팀 자원 근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지난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난 프로축구 2부 리그 수원FC의 안병준(29·1m83)은 “저 잘 못 있어요”라며 웃었다. 재일동포 3세로 이번 시즌 한국 무대에 처음 발을 디딘 그는 지난달까지 16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며 팀내 득점 2위로 펄펄 날았다. 하지만 고질인 오른쪽 무릎이 삐끗하면서 최근 한 달간 재활훈련을 거듭했다. 그는 “2주 뒤면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FC의 안병준이 지난 2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밝게 웃고 있다.

도쿄 조선고등학교 출신의 안병준은 북한의 17살, 23살 연령별 대표에 이어 2011년 북한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다. 2017년 동아시안컵 대회까지 8경기 출장. 이후 최근까지 공백기가 있었지만, 남북 맞대결을 앞둔 북한 쪽 입장에서는 한국 축구를 잘 아는 그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있다. 안병준은 “대표팀은 항상 가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공격수 경쟁도 심하다”고 했다. 권위주의적 북한 체제 안에서 축구대표팀 내부의 분위기가 경직돼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팀도 다른 팀들과 다를 바 없다. 젊은 선수들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큰 키에 제공권 뿐만 아니라 발기술도 가진 안병준은 점프력과 버티는 힘이 좋다. 단신의 외국인 선수 치솜(12골)과 ‘빅-스몰’ 조합으로 수원FC(6위)의 위력을 더했다. 하지만 수비 가담까지 워낙 활동량이 많다 보니 과거 수술한 오른쪽 무릎에 무리가 왔다.

수원FC의 안병준이 지난 21일 수원종합운동장 내 구단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서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는 정대세(시미즈 에스펄스)와 은퇴한 안영학, K리그 2부 안산의 공격수 진창수 등이 있다. 이들과 1년에 1~2번씩 서로 연락도 주고받으며 조언도 받는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것 이상으로 한국 축구는 거칠었다. 그는 “일본 축구가 전술이나 기술 면에서 섬세하다면, 한국은 신체적으로 매우 끈질기다”고 비교했다. 장대 같은 한국 수비수들을 따돌리기 위한 방법은 반 박자 먼저 생각하고 이동하는 것이다. 그는 “동료 중에 장성재와 패스 타이밍이 잘 맞는다. 백성동이나 치솜과도 호흡을 맞춘다”고 밝혔다.

일본 주오대학을 졸업한 그는 2013년 J리그 1부 가와사키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J리그 1~2부에서 101경기 20골을 기록했다. 고교 학교장 추천으로 입학해 경제학을 전공했는데, 입학 과정에서 차별은 없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한국에 와서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올여름 가족과 함께 제주 여행을 가서는 “‘여기가 할아버지의 고향이었구나’라는 뭉클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 국적을 갖고 있고, 남한에서 뛰는 ‘국제인’ 안병준에게 이념이나 국경은 없다. “오랜만에 공 차니 재미있다”는 말처럼 축구와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그는 “북한 대표팀에 뽑히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팀이다. 빨리 복귀해서 골을 넣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원/글·사진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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