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13 17:47
수정 : 2019.08.14 11:45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의 7월26일 유벤투스-K리그 선발팀 친선경기 ‘노쇼’는 한국 스포츠사에 남을 스캔들로 기록될 것 같다.
A매치가 아닌데도 2시간 만에 입장권이 매진되고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생방송임에도 기록한 근래 최고의 시청률, 경기 뒤 팬들의 ‘반호날두’ 감정 폭발, 표값 반환을 위한 조직적 움직임 등의 파장은 컸다.
호날두의 노쇼 배경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경험이 없는 주최사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구단의 무리한 일정 추진, 구단과 감독보다 우위에 있는 슈퍼스타 호날두의 영향력이 불상사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8월 FC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팀의 서울 친선경기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주포 리오넬 메시를 보기 위한 팬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경기 전날 “메시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매진된 표의 절반이 반환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다행히 몸이 좋지 않았던 메시가 후반 15분간 출전해 2골을 넣어 팬들을 기쁘게 했지만, 주최사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곤욕을 치렀다.
2010년, 2019년 벌어진 두 사건의 배경에는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K리그 올스타전이 있다. 9년 전 바르셀로나 초청 경기의 후유증을 경험했음에도 프로축구연맹은 재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올스타전을 살려야 한다는 강박에 호날두 카드에 강한 유혹을 느꼈을 것이다.
국내의 프로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의 올스타팀 구성은 미국프로야구의 내셔널-아메리칸 리그, 미국프로농구의 동서 콘퍼런스처럼 양대 리그의 간판을 뽑는 방식이 아니다. 팀 연고나 인위적 방편으로 올스타 팀을 구성해 긴장감이나 대결의식이 떨어진다. 배 나온 감독이 출전해 선수로 뛰는 등 오락적 요소가 강화된 볼거리로 희화화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부상이 아니라면 최소 45분 출전한다”는 식의 꼼꼼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슈퍼스타의 고집은 감독이나 구단도 꺾을 수 없다는 변수는 생각하지 못했다. 팬들이 비싸게 구입한 유벤투스의 7번 유니폼을 찢고, 티켓값 반환 소송으로 치닫는 이유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K리그 올스타전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호날두 노쇼 사건에서 교훈을 찾고자 한다면….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