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30 11:42
수정 : 2019.07.3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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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의 세징야(11번)가 지난 2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유벤투스 친선경기에서 전반 44분께 팀의 두번째 골에 성공시킨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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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지난 26일 팀 K리그-유벤투스 친선경기
호날두 ‘노쇼’에 팬들 크게 실망했지만
오스마르·세징야·타가트 등 K리그 힘 보여주고
K리그 선수들에 대한 뜨거운 팬 사랑 확인 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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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의 세징야(11번)가 지난 2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유벤투스 친선경기에서 전반 44분께 팀의 두번째 골에 성공시킨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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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오늘 경기에 나오지 않았는데, 팬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죠?”(기자)
“호날두는 실망스러웠지만, 전 오늘 괜찮았어요. 세징야(대구FC) 등 K리그 선수들을 너무 좋아해서…. 경기내용도 좋았잖아요.”(축구팬)
지난 2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3-3 무승부) 때다. 국내 팬들의 바람에도 경기에 끝내 출전하지 않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굳은 표정으로 유벤투스 선수단 버스를 타는 것까지 직관한 뒤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경기장 근처에서 만난 젊은 축구팬과 나눈 대화다.
나이 20대를 전후해 보이는 축구팬들은 이날 유벤투스를 상대로 멋진 골을 3차례나 폭발시킨 K리그 선수단 버스를 늦게까지 기다리다, 버스가 나오자 선수들을 연호하고 손을 흔들어주고 있던 참이었다. 이들은 이날 호날두한테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K리그 선수단 버스가 나오는 곳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목이 빠지게 그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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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때 운집한 관중들. 6만5천석을 거의 채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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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의 ‘노쇼’로, 경기 4시간 전부터 그의 영문이름과 등번호 7이 새겨진 하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난 열성 호날두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유벤투스 유니폼을 찢어버리는 팬들도 있었다고 하니…. 지금도 후폭풍이 거세다.
이날 K리그 선수들이 이탈리아 세리에A 8연패에 빛나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은 정말 대단했고 팬들은 경기를 만끽했다. 오스마르(FC서울)는 전반 초반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로 유벤투스 골문을 뚫었고, 김보경(울산 현대)의 패스를 받은 브라질 출신 골잡이 세징야의 전반 막판 골도 팬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게 하는 것이었다. 후반 초반엔 요즘 K리그에서 12골로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호주 출신 타가트(수원 삼성)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국내 축구팬들은 이날 성숙한 관전 문화에다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까지 보여줬다. 호날두가 나오지 않아도 두 팀이 보여준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열광하며 탄성과 박수, 탄식을 쏟아냈다. 호날두에 대해서도 “우~” 하며 야유의 함성을 여러차례 들려줬지만, 경기장에서 볼썽 사나운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호날두와 쌍벽을 이루는 리오넬 메시를 연호하는 재치까지 보여줬다.
국내 팬들이 ‘우리 형’이라고 부르며 열광하는 호날두. 그와 유벤투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보여준 비매너와 계약위반이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지만, 이번 친선경기는 토종 스타와 외국인 선수가 하나 된 K리그의 힘, 그리고 팬들의 K리그와 축구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계기도 된 것 같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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