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6 03:23
수정 : 2019.06.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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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살 이하 축구대표팀 정정용 감독. 우치(폴란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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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살 이하 축구대표팀 정정용 감독. 우치(폴란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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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 싸웠다. 감독이 부족했다.”
정정용(50) 감독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곳에 올랐지만 끝까지 겸손했다. 한국 20살 이하 축구대표팀의 돌풍은 결승전 한 고비를 넘지 못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초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정상 일보 직전에서 멈췄다.
한국은 16일 새벽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19 20살 이하 월드컵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아쉽게 역전패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정정용 감독이 보여준 ‘수평적 리더십’과 ‘자율적 소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정용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신암초교와 청구중·고, 경일대를 나왔다. 그는 축구 선수로서는 철저히 무명이었다. 프로 1부 리그에선 뛰어본 적이 없고 2부 리그 이랜드 푸마에서 1992년부터 6시즌 동안 몸담은 게 전부다. 그나마 29살의 젊은 나이에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었다.
하지만 그는 유소년 지도자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졌다. 14살 이하 대표팀을 시작으로 2011년 17살 이하, 2013년 23살 이하 대표팀 코치를 지냈고, 2016년 20살 이하, 2017년 23살 이하 감독대행도 거쳤다. 20살 이하 대표팀 감독대행 시절엔 2016 수원 컨티넨탈컵에서 백승호와 이승우를 제대로 활용하며 이란, 잉글랜드, 나이지리아를 잇따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년 전 한국에서 개최한 20살 이하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은 신태용 감독에게 밀렸다.
정 감독은 지난해 19살 이하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살 이하 챔피언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정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정 감독은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와 함께 편성된 죽음의 F조에서 2승1패로 16강에 진출했고, 16강 일본, 8강 세네갈, 4강 에콰도르를 잇따라 격파하며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피파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새 역사를 만들었다.
정 감독은 16일 결승전이 끝난 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선수들이 한단계, 두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소속팀에서도) 충분히 자신들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지만 정 감독은 한국 축구에 큰 희망을 안겼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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