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2 06:49
수정 : 2019.06.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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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12일 오전(한국시각)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4강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며 기뻐하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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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1983’ 목표 내세운 뒤
‘원팀’으로 결승전까지 진출 쾌거
남자축구 사상 첫 FIFA 대회 결승행
‘막내형’ 이강인 1골 4도움 맹활약
김현우, 오세훈, 조영욱, 이지솔, 최준 골폭발
1983년 멕시코 4강 신화 박종환호 뛰어넘어
정정용 감독 “한국 축구 한 단계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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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12일 오전(한국시각)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4강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그라운드로 달려 나가며 기뻐하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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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1983’을 처음 목표로 내세웠을 때만 해도, 축구인이나 일반 축구팬들은 반신반의했다. 형들보다 2살이나 어린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18·발렌시아)과 조영욱(FC서울)·오세훈(아산 무궁화) 등 기대할 만한 선수들이 있었으나, 20살 이하 어린 선수들이 이렇게 월드컵 무대에서 잘 싸울 줄은 몰랐다. 주전과 비주전, 코칭스태프들이 ‘원팀’이 돼 이뤄낸 쾌거였다.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폴란드 루블린의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4강전에서 정정용(50)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이 에콰도르를 1-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제 우승까지 딱 한 고비만 남았다. 한국팀이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의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까지 물리치면 국제축구연맹 주관 남자축구 대회 사상 첫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한국 축구가 17살 이하(U-17) 여자월드컵(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우승한 적은 있으나, 남자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4강전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으나 한국팀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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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이광연 등 한국 선수들이 결승진출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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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고비 때마다 슈퍼세이브를 선보인 골키퍼 이광연이 골키퍼 코치의 등에 업혀 포효하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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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정정용(50) 한국팀 감독은 “유소년축구를 지도한 것이 10년 넘었는데 이제 체계적으로 잡혀간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축구의 뿌리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축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세계무대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껴 기쁘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팀은 이번 대회에서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과 함께 ‘죽음의 F조’에 배치돼 고전이 예상됐다. 포르투갈은 우승후보였고, 아르헨티나는 20살 이하 월드컵에서 역대 6번이나 우승한 전통의 강팀이었다.
한국팀은 출발도 좋지 않았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지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차전에서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의 헤딩결승골로 남아공을 1-0으로 물리치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고, 3차전에서는 거함 아르헨티나마저 2-1로 무너뜨렸다. 이강인의 그림같은 왼쪽 크로스를 1m93 장신골잡이 오세훈이 헤딩 선제골로 연결시켰고, 후반 12분에는 조영욱이 추가골을 폭발시켰다. 아르헨티나(2승1패, 8골 4실점)와 동률을 이뤘으나, 2승1패 조 2위(3골 2실점)로 16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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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결승 진출이 확정된 순간, 후반 교체돼 벤치에 있던 이강인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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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이강인. 루블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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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의 16강전에서도 한국은 오세훈이 후반 39분 같은 현대고 출신인 최준(연세대)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결승골을 폭발시키며 1-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8강전에서는 더욱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세네갈과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긴 것이다.
이강인은 8강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등 3골에 모두 관여하며 승리의 견인차가 됐고, 수비수 이지솔(대전 시티즌)은 1-2로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8분 이강인의 왼쪽 코너킥을 멋진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한국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조영욱은 연장 전반 6분 이강인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받아 3-2 역전골을 터뜨리는 등 존재감을 보여줬다. 골키퍼 이광연(강원FC)은 고비마다 슈퍼세이브로 한국팀 승리의 보루가 됐고, 승부차기에서도 선방으로 한국팀의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형들보다 2살 어리지만 축구실력과 인성도 좋아 ‘막내형’으로 불리는 이강인은 4강전까지 1골 4도움으로 한국팀 공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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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멕시코에서 열렸던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한 ‘박종환호’의 당시 경기 모습. 가운데는 당시 골잡이 신연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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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팀의 4위를 이끈 박종환(왼쪽) 감독이 귀국 뒤 카퍼레이드에서 국민들의 환영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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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팀의 4강 진출은,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팀이 지난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현 U-20 월드컵)에서 사상 첫 4강 신화를 창조한 이후 36년 만이다.
정정용호가 우크라이나마저 잡고 남자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 월드컵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한국팀 2019 U-20 월드컵 전적 4강전(에콰도르) 1-0 승
8강전(세네갈) 3-3(승부차기 3-2)
16강전(일본) 1-0 승
F조 3차전(아르헨티나) 2-1 승
F조 2차전(남아공) 1-0 승
F조 1차전(포르투갈) 0-1 패
*오세훈(2골), 조영욱(2골), 이강인, 김현우, 이지솔, 최준(이상 1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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