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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0 08:58 수정 : 2019.06.10 20:16

정정용 감독이 9일(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연합뉴스

〔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무명선수 출신 정 감독의 소통 리더십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지도 유형 가능성
“감독 선임 기준도 과거와 달라질 것”

정정용 감독이 9일(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연합뉴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9일(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120분 무승부(3-3) 뒤 승부차기(3-2)로 세네갈을 꺾은 것은 두고두고 한국 축구의 명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종환 감독이 4강 달성 때와는 시간 간격도 있고, 새로운 메시지도 많다.

사령탑인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은 가장 돋보인다. 그는 체격조건과 유연성이 좋은 세네갈 선수에 맞서 전술과 조직력, ‘원팀’의 정신으로 극복했다. 선제골을 내주면 동점골로 윽박질렀고, 다시 골을 내주면 추격해 따라잡는 근성의 축구가 계속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 1, 2번 키커가 잇따라 실축했어도 골키퍼 이광연(강원)이 선방을 펼치고 오세훈(아산)이 행운의 쐐기포를 터뜨려 극적인 승리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팀 응집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투혼과 정신력, 체력을 강조했다. 1983년 박종환 감독 시절의 4강 신화는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나왔다. 일부 선수들은 나이를 줄여서라도 출전하는 등 우격다짐식의 승리 지상주의가 용인됐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정정용 감독은 수평적 소통과 동기 유발, 자율성을 바탕으로 팀을 조련했다. 죽음의 F조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졌지만(0-1) “선수들의 자신감을 믿는다”며 다독였고, 2차전 남아공전 승리(1-0) 때는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신나게 즐겨라”라며 긍정의 마인드를 심어주었다.

팀 분위기는 18살의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과 선배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유럽 무대에서 일취월장한 그는 공수 연결의 핵심 미드필더다. 세네갈전 후반 페널티킥 동점포로 추격의 실마리를 제공할 때는 선배 조영욱에게 “내가 차겠다”고 말하는 당돌한 면도 있다. 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형들과 같이 차서 기쁘다” “벤치에 있는 선배들의 응원이 큰 힘이다”라고 하는 등 팀의 일원으로 행동한다. 축구 천재라도 겸손하지 않으면 롱런할 수가 없는데, 선배들을 보면 두 살 어린 ‘막내 동생’을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정정용 감독은 무명 선수 출신으로 프로무대에서 뛴 적이 없다. 2008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소속으로 14살 이하 팀부터 지도한 그는 10년 이상 유소년 축구를 전담해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상대에 대한 맞춤형 전술로 이기는 경기를 펴면서 선수들의 신뢰도는 더 커졌다. 상대를 파악해 수비를 강화한 뒤 역습을 펼치거나, 공격형 전술로 전환하는 판단의 속도가 빠르다.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이겼고, 세네갈전에서는 5명의 수비로 안정을 시킨 뒤 역공으로 최후에 웃었다. 5차례 이상 이뤄진 비디오 판독(VAR)으로 판정이 바뀌는 변수도 있었지만 4강행을 방해하지 못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한국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정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투혼이 일군 성과다. 선수들 수준도 역대 어느 대회 못지 않다. 무명 감독의 성공을 통해 앞으로 이름난 스타 선수 출신이 국가대표 지도자를 맡는 기존의 관행에도 새로운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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