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6 16:12
수정 : 2019.01.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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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황의조가 25일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34분 1-1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비디오 판독(VAR)으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이 취소되자 아쉬워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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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2019 AFC 아시안컵 결산
8강전에서 한국, 카타르에 0-1 석패
48분 만에야 터진 첫 유효슈팅
경기 지배하고도 슈팅정확도 20%
결정타 못날리다 끝내 중거리포 허용
이재성, 기성용 부상도 악재로 작용
‘불도저’ 황희찬 카타르전 결장도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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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황의조가 25일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34분 1-1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비디오 판독(VAR)으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이 취소되자 아쉬워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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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효율적으로 살리지 못한 게 토너먼트 탈락 이유다.”
파울루 벤투(5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이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33분 기습 중거리포를 허용하며 0-1로 져 4강에 오르지 못한 뒤 공식 기자회견 말미에 한 말이다.
1956년과 60년 1, 2회 아시안컵 우승 이후 59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던 벤투호의 꿈은 왜 그렇게 한순간 물거품이 돼 날라갔을까?
한국 축구가 아시안컵 무대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200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한국은 이란한테 3-4로 진 바 있다.
지난해 8월 부임해 11경기 무패행진(7승4무)을 벌이던 벤투 감독도 중요한 순간 뼈아픈 첫 패배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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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25일 카타르와의 2019 아시안컵 8강전 도중 손흥민을 불러 뭔가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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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유율만 높고 결정력 약한 벤투호
벤투 감독의 지적대로 골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일 수 있다. 이날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한국팀은 공점유율 60.3%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러나 5백으로 자기진영을 촘촘히 메운 카타르의 수비망을 뚫기에는 공격의 예리함이 떨어졌다. 패스도 잘 안됐고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진 듯 기동력 있는 플레이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가 강조하는 ‘빌드업’도 제대로 안 됐고, 롱볼 패스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았다. 좌우 풀백을 활용한 공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정확한 슈팅력이 한참 떨어졌다. 이날 전체 슈팅수는 10개였지만 골문을 향한 것은 단 2개 밖에 안됐다. 슛의 정확도는 20%에 불과한 것이다. 카타르는 11개의 슛을 날렸는데 유효슈팅은 4개나 됐다. 슛의 정확도는 34.5%.
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도 이날 경기 뒤 내놓은 두 팀 경기 분석자료를 통해 “한국팀은 경기 뒤 48분 만에 처음으로 타킷으로 향하는 슈팅을 기록했다”며 “2011년 이란과의 8강전에서 63분 만에 유효슈팅을 기록한 이후로 가장 늦게 터진 유효슈팅”이라고 꼬집었다.
■ 2골로 침묵한 ‘갓의조’, 지친 ‘쏘니’
원톱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골이 기대만큼 터지지 않은 것도 벤투호 부진의 한 요인이다. 지난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황의조는 2차례 해트트릭을 포함해 무려 9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한국팀 우승의 견인차가 됐다. 물론 23살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시안게임이었다는 점은 있다.
황의조는 이번엔 화끈한 골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한국 1-0 승)에서 결승골,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한국 2-0 승)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게 전부다. 바레인과의 16강전에서 침묵했고,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는 후반 3분 상대 수비를 절묘하게 제치고 멋진 오른발 슛을 날린 게 가장 위협적이었다. 조금만 오른쪽으로 공이 갔으면 골이 됐을 뻔 한 아쉬운 장면이었다. 조별리그에서는 골대를 맞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1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 풀타임 출전)을 소화하고 뒤늦게 합류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그가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나름대로 투혼을 발휘하며 2골을 돕는 등 활약했으나 이후 부진했던 것도 아쉽다. 바레인과의 16강전에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27분 골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 2명을 제치고 결정적인 왼발슛 기회를 맞았으나 힘이 달려 정확하게 임팩트를 주지 못했고, 결국 공은 골키퍼 쪽으로 데굴데굴 굴러가고 말았다.
손흥민은 경기 뒤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며 그동안 쉼 없이 경기에 출전하느라 ‘혹사’ 당한 것이 자신의 부진 이유임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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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아 이번 아시안컵에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이재성.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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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성, 기성용, 황희찬까지 ‘부상 악재’
주전들의 잇단 부상도 벤투호 탈락의 악재로 작용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오른쪽 날개로 활용 가능한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이번 대회 내내 발가락 부상 회복에만 매달리다 결국 한 경기도 소화하지 못했다. 더블 볼란치로 공격과 수비의 주요 연결고리인 기성용(뉴캐슬)은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바레인과의 16강전에 앞서 영국으로 돌아갔다. 공격의 중요한 두 축이 사라졌으니 원활한 공격을 벤투호한테 기대하는 것도 무리였다.
게다가 불도저 같은 질주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황희찬(함부르크)이 사타구니 부상으로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나오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 남태희·권창훈 공백…중앙MF의 아쉬움
카타르 리그에서 뛰는 남태희(알두하일)나, 프랑스 리그의 권창훈(디종) 등이 부상 당하지 않고 합류했으면 벤투호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가 강화돼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황인범(대전 시티즌)이 기성용의 자리인 더블 볼란치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대신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했는데 그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 축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숙해져 더욱 강한 팀으로 발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아부다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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