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25 04:37
수정 : 2019.01.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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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후(현지시각) 2019 아시안컵 8강전을 마친 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과 악수를 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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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안컵 8강전 일본에 0-1 석패
진한 아쉬움에 그라운드에서 알 수 없는 웃음
“패했지만 선수들 투쟁심 보여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은 것 성과”
들어가면 바로 22살 이하 대회 예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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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오후(현지시각) 2019 아시안컵 8강전을 마친 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과 악수를 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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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석패. 박항서(60) 감독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서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허탈한 웃음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내심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랐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의 허탈한 웃음이었다.”
24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박 감독은 ‘그 웃음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 “그 멀리 있는 것까지 다 보세요”라며 웃은 뒤 이렇게 설명했다.
조금만 더 베트남 선수들이 힘을 냈으면 일본도 잡을 수 있던 승부였기에 그랬을까? 그의 말대로 진한 아쉬움이 얼굴에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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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24일 오후(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영진 코치와 함께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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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쉼 없이 달려온 16개월이었다. 2018년 초 23살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 준우승, 그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 스즈키컵(동남아시아 축구 국가대항전) 우승까지…. ‘박항서 매직’은 계속됐고,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애초 목표한 16강을 넘어 8강 진출까지 성공했다.
“뭐 우리가 이 시합(아시안컵)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나 휴식기가 짧았는데, 일본을 상대로 정말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패했지만 하고자 하는 투쟁심을 보여줬다. 감독으로서 그 부분은 만족한다.” 기자회견 첫머리에 진행자가 오늘 경기 소감을 묻자 박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아시안컵을 되돌아본다면? 그리고 우승은 어느 팀이 할 것 같으냐’는 질문도 나왔다. “우리 팀엔 행운도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스즈키컵 끝나고 아시안컵 준비기간이 너무 짧았다.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온 것이 아쉽다. 물론 그렇게 했다고 더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겠지만…. 우승은 제 조국인 대한민국이 했으면 좋겠다.”
베트남 감독 부임 뒤 그는 가장 레벨이 높은 국제대회에 나왔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베트남은 톱 레벨의 팀과 A매치 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이번에 이란, 이라크, 일본 등과의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적 측면에서 상당히 도움을 줬다. 저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박 감독은 “작년 한해를 뒤돌아보면 베트남에서 그 정도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작년 한해는 기적 같은 한해”라고 했다.
그는 베트남 감독을 맡아 일본과 두차례 경기에서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졌는데 다음에 붙으면 어떠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우리가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을 이긴 것은 아시안게임으로 23살 이하 대회다. 이번은 성인 국가대표 대회다. 동급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선수 구성상 충분히 우승 후보에 들어간다. 우리가 일본과 동등하게 가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축구시스템이 환경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아시안컵 이후에도 박항서 감독은 쉴 틈이 없다. “23살 이하 대표팀 감독을 겸직하고 있어, 바로 들어가면 3월에 22살 이하 대회 예선을 준비해야 한다. 끝나면 월드컵 예선전이 있다.”
박항서 감독은 기자회견 뒤 회견장에 온 한국 기자, 그리고 베트남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한 뒤 “이제 갈게요. 바이~바이~”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두바이/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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