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2 11:28
수정 : 2018.07.22 20:49
스티브 김의 프리메라리가 리포트
레알 팬들 “이별식도 없이 떠나보내” 분노
그래도 선수보다 구단을 더 중요하게 여겨
페레스 회장 선수 영입 위해 시장 흔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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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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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으로 리오넬 메시와 함께 발롱도르 트로피를 다투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가 유벤투스로 떠났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그동안 행복했다”며 이별을 암시하긴 했지만, 정말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것이라 점친 팬들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버스 기사로 레알 마드리드 팬인 호세 프란체스코는 “지난 9년간 여름이 다가오면 연봉인상을 원했던 그였기에 올해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적이 충격적이다”고 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나 아틀레티코의 토레스가 구단으로부터 받은 이별식과 비교하면 수많은 우승을 일군 호날두를 이렇게 떠나보낸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플로렌티스 페레스 구단 회장이 과거에 라울이나 카시야스, 피구 등을 내보낼 때와 마찬가지로 이별식도 없이 흐지부지 내보낸 것을 비판한 것이다.
물론 많은 팬은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 간 수많은 스타나 감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단이라고 본다. 구단이 선수를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었고, 구단은 영원하지만 선수는 잠시 거쳐 갈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년 34살인 선수를 상대로 1억500만유로를 챙긴 것을 대단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친호날두나 반호날두 팬 모두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를 ‘호날두 이전’과 ‘호날두 이후’로 보는 것에 동의한다. 라이벌인 바르셀로나나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페레스 회장이 시장을 흔들어서라도 그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 노출과 팬 관심에서 지구상 최고의 선수인 호날두의 이적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나 레알 마드리드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을 잃었다. 최근 영입한 브라질의 유망주 비니시우스나 영입 물망에 오르는 선수들이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기는 힘들 것이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이유는 페레스 회장으로부터 약속받은 세계 최고 선수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다. 메시보다도 연봉이 낮았고, 최근에는 네이마르에도 뒤졌다. 그런데 팬들도 해마다 연봉인상을 요구하는 호날두에 지쳐버렸는지 이젠 모두 등을 돌리고 있다.
몇 년간 스페인 정부의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공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무당국이 호날두만 조사한 것도 아니고, 탈세 및 부정부패 척결은 스페인에서도 중요한 사회 이슈로 인식되고 있다.
호날두의 앞날을 축하하는 팬들도 있다. 이들은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 잉글랜드와 스페인 프로리그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상을 받았다며, 유소년 때부터 ‘한집 밥’만 먹어서 편하게 구단성취에 참여한 메시와 다르다고 본다. 그래서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에서도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다면 메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리에 A는 90년대의 명성을 되찾을 호기를 만났다.
호날두가 빠진 프리메라리가는 당분간 팬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1위 선수를 다투는 메시와 월드컵 우승 주역인 아틀레티코의 앙투안 그리즈만이 있다. 또 레알 마드리드는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선수를 기필코 얻을 것이다. 이유는, 레알 마드리드이니까.
한겨레 통신원
chunba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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