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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28 18:02 수정 : 2018.06.29 14:06

조현우가 28일(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자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카잔/박종식 기자

FIFA, 독일전 최우수선수로 선정
1부 ‘턱걸이’ 꼴찌팀 대구서 활약
성실하고 엄격한 훈련이 전매특허
신태용호 깜짝카드로 등장해 ‘열일’
팬들 “유럽 무대에서 보고 싶다” 열망

조현우가 28일(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자 두 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카잔/박종식 기자
월드컵 ‘인생경기’가 따로 없었다. 세계 1위 독일을 꺾는 데 그의 선방은 결정적이었다. 경기 뒤 수비수들은 “너 덕분에 이겼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난 아직도 1번 골키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아직도 그는 정점을 찍지 않은 것일까?

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27·대구FC)가 28일(한국시각) 독일과의 경기(2-0승)를 통해 국제적 스타 탄생을 알렸다. 독일 공격진은 26개의 슈팅을 퍼부었는데, 골문 안으로 들어온 6개의 위협적인 슈팅은 모두 그의 ‘거미손’에 걸렸다. 영국의 <비비시>(BBC)는 조현우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85를 매겼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그를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다비드 데헤아 골키퍼와 키 크고 깡마른 체형이 비슷해 ‘대헤아’(대구의 데헤아)로 불리는 그를 경기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났다. 위기의 순간을 묻자, 그는 후반 3분 레온 고레츠카의 헤딩슛을 지목했다. “몸을 날려 손끝으로 쳐냈는데, 그거 실점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비단 운이 좋아서 고레츠카의 슛을 막은 것은 아니다. 그는 “그동안 비디오 분석을 통해 크로스가 어느 지점에서 오고, 헤딩을 어디서 뜨는지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실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1m89, 75㎏의 날렵한 몸을 유지하는 그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에서 보강운동을 한다”고 소개했다. 연습훈련 할 때는 엄격하다. 그는 “본운동을 할 때 골을 먹으면 마치 실전 때 골을 먹은 것처럼 아파한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모든 것을 편하게 내려놓는다”고 했다.

실전에서는 달라진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재미있고 즐겁고 편하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려놓으니까 선방이 나오는 것 같다.” 승부에 집착하는 한국의 축구 환경에서 그는 ‘돌연변이’다.

2013년 드래프트 1순위로 대구에 입단한 그는 소속팀이 2부 리그를 전전했고, 올 시즌 1부 리그에서도 꼴찌팀이다. 하지만 그는 군계일학이다. 3년 연속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팀에 호출됐지만 A매치 데뷔전은 2년 뒤인 2017년 11월 세르비아전에서 이뤄졌다.

이후 그를 눈여겨본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F조 첫 경기(스웨덴전) 직전 그를 주전 수문장으로 낙점했다. 조현우는 “훈련 기간 내내 몰랐고, 경기 당일 미팅이 끝났을 때 비로소 알았다. 감독님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 A매치 6경기에 출장한 초짜를 투입한 것은 모험이었다. 독일전을 앞두고 “겁먹고, 두렵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타고난 반사신경과 긴 팔, 용수철 탄력을 갖춘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뒤 그는 “8년 전부터 그의 페널티킥 영상을 돌려 봤다. 확률을 믿고 떴는데 그가 반대로 공을 찼다”고 아쉬워했다.

경쟁자이자 골키퍼 선배인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28·빗셀 고베), 둘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그는 “독일전이 끝나자 두 형이 내게 달려와 ‘너 멋있다’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미안했지만 좋았다”며 웃었다.

월드컵 무대 선방으로 그의 유럽무대 진출을 희망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하지만 그는 병역을 마쳐야 한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와일드카드로 출전한다면 한국팀 전력은 보강되고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그의 머리 스타일이 궁금했다. 그는 “데헤아의 머리를 본뜬 것이 아니다. 여러 스타일 가운데 아내가 골라준 것”이라고 밝혔다. 인기를 얻은 만큼 가족이 악플에 시달릴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밖에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내가 유명해진 것 같다. 모든 게 팬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임무는 대표팀에서 투혼을 다해 뛰는 것”이라고 했다.

카잔/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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