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8 16:20
수정 : 2018.06.25 15:55
[김경무 선임기자의 월드컵 파고들기]
우승후보 브라질과 독일 아쉬웠던 1차전
슈팅 수에서 크게 앞서고, 경기를 지배하면 뭘 하나? 골이 터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게 축구다. 18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독일은 강력한 우승후보답게 우세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첫 경기라는 부담감 탓에 골 결정력 부재를 드러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치치(57) 감독의 브라질은 이날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스위스를 맞아 전반 20분 터진 공격형 미드필더 필리피 코치뉴(26·FC바르셀로나)의 오른발 중거리포 선제골로 앞서갔다. 그러나 후반 5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슈테벤 추버(27·호펜하임)한테 헤딩골 한방을 얻어맞으며 1-1로 비기고 말았다. 추버가 공다툼을 하던 중앙수비수 미란다(34·인터밀란)를 살짝 밀고 헤딩을 했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브라질은 이날 공점유율 52%로 다소 앞섰고, 골문을 향해 13개의 슈팅(유효 4개)을 날려 6개(유효 2개)의 스위스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최전방 공격수 가브리에우 제주스(21·맨체스터 시티)의 결정적 한 방이 터지지 않아 애를 태워야 했다. 특히 간판 공격수로 왼쪽에 배치된 네이마르(26·파리 생제르맹)는 공을 질질 끌다가 자주 수비에 차단당했고, 순간 치고 나가는 드리블 때도 수비에 차이고 상의를 붙잡히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브라질은 결국 상대 집중마크에 네이마르의 발이 묶이고, 제주스의 득점포마저 침묵하면서 우세한 경기를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집중견제를 당할 때 그의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른 식으로 공격의 활로를 찾는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
좌우 수비수 마르셀루(30·레알 마드리드)와 다닐루(27·맨체스터 시티), 중앙수비수 치아구 시우바(34·파리 생제르맹)와 미란다로 구성된 브라질의 포백 진용은 스위스의 날카로운 공격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는 등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카제미루(레알 마드리드), 파울리뉴(30·FC바르셀로나), 코치뉴가 역삼각형으로 이룬 허리 진용도 최강임을 드러냈다.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26·AS로마)까지 주전 11명이 유럽 빅리그를 누비는 특급 선수들이다.
브라질은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제20회 월드컵 4강전에서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전차군단’ 독일한테 1-7로 치욕의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회에선 이 아픔을 말끔히 씻고 통산 6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코스타리카, 세르비아와의 남은 경기에서 자신들의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
요아힘 뢰프(58) 감독이 이끄는 독일(피파랭킹 1위)은 이날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멕시코(15위)와의 F조 1차전에서 공점유율 60%로 앞선 가운데 18개의 슈팅(유효 9개)를 날렸지만 1골도 넣지 못하고 전 대회 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다. 패스도 595개로 멕시코(281개)보다 앞섰으나 최전방 공격수 티모 베르너(22·라이프치히)는 전·후반 3개의 슈팅밖에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결정타 한 방도 날려주지 못한 게 패인이다. 오른쪽 공격을 맡은 토마스 뮐러(29·바이에른 뮌헨)도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했다. 독일은 전체 슈팅 25개로 멕시코(12개)보다 크게 앞서 이날 패배가 더욱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핵심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6차례 슛도 무위로 끝났다.
뢰프 감독은 경기 뒤 “1차전에서 졌다고 허둥댈 필요는 없다. 팀은 흔들리지 않는다. 다음 경기에서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조별리그 통과를 자신했다. 우승 4회(1954, 1974, 1990, 2014)에 빛나는 독일은 초반 부진을 딛고 5회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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