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3 17:36
수정 : 2018.06.13 19:54
월드컵의 가장 유명한 골 세리머니로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나온 베베투의 ‘요람 세리머니’가 있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팀의 두번째 골을 터뜨린 브라질의 베베투는 달려가면서 아이를 안고 어르는 듯한 동작을 동료들과 펼쳤다. 대회 중 태어난 아이를 위한 선물이었는데, 보는 이들의 마음도 흐뭇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한국 선수들이 따라 했다.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이정수가 1-1 동점골을 넣자 득남한 골키퍼 정성룡을 향해 동료들이 베베투 세리머니를 선사했다.
월드컵 최다골(16골) 기록을 세우고 은퇴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벌이는 공중 한바퀴 돌기 텀블링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프로팀 경기에서 공중으로 반바퀴 돌면서 착지한 뒤 양팔을 위에서 아래로 넓게 펼치거나, 웃통을 벗고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편다.
골 세리머니는 개인적인 것이지만 집단에 영향을 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안정환이 ‘쇼트트랙 세리머니’를 주도했다. 당시 동점골을 넣은 안정환은 동료들과 함께 구석으로 달려가 엉성한 스케이팅 동작을 펼쳤는데, 그해 겨울올림픽에서 김동성을 실격시키고 금메달을 딴 미국의 안톤 오노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 럭비에서는 뉴질랜드 대표팀의 경기 전 ‘하카’ 세리머니가 강렬하다. 발로 땅을 구르고, 가슴을 치며, 눈을 부라린 채 상대의 기를 죽이는 마오리족의 전사춤을 추는 뉴질랜드는 럭비 최강국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8일 월드컵 F조 스웨덴과 첫 경기를 벌인다. 손흥민과 황희찬 등 결정력 있는 선수들이 첫 골의 주인공이 될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누가 골을 넣어도 팀이 함께 좋아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골 세리머니는 팀의 분위기와 자존감을 높이는 요소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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