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30 05:52
수정 : 2018.06.07 15:30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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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승우(가운데)가 28일 저녁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15분 손흥민(왼쪽)의 선제골을 도운 뒤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키가 작아 동료들에 파묻혀 있다. 대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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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나톨리 비쇼베츠(우크라이나) 등 외국인 감독 시절,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은 키 1m80을 훌쩍 넘었다. 유럽의 체격 좋은 선수들과 상대하기 위해 그런 조건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신태용호에도 장신들이 꽤 많다. 골키퍼 조현우(1m89)를 비롯해, 기성용(1m89), 장현수(1m87), 정승현(1m88), 김영권(1m84), 정우영(1m86), 손흥민(1m83) 등 주전급들이 그렇다.
지난 28일 저녁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20살 ‘영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는 1m70, 60㎏으로 최단신이다. 당대 최고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같은 키이지만 몸무게는 10㎏이나 덜 나가서 질주 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20살 이하 축구대표팀에서 단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그 나잇대 월드컵 대회에도 나갔지만 이후 주목을 끌지 못했고, 성인대표팀 감독들한테도 외면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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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28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된 뒤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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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이날 4-4-2 포메이션에서 왼쪽 미드필더로 출격해 중원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보다 한 템포 빠른 움직임과 드리블로 새로운 활력소 노릇을 해냈다. 후반 15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포 선제골도, 그가 중원에서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연결해줬기에 가능했다.
“앞으로 주전까지 노려볼 만한 지 모르겠으나 공격 출발점 역할이 가장 눈에 띄네요. 예전부터 ‘승우 스타일’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그의 신뢰도가 전국적으로 상승해서 만족합니다.” 한준희 해설위원(KBS)은 이렇게 그의 가치를 인정해준다.
이승우는 경기 뒤 “(성인) 국가대표가 되는 게 목표였는데 꿈이 이뤄졌다”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체격조건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빠른 스피드와 민첩성으로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며 남다른 노력이 있었음을 비쳤다.
2진급이 출전한데다 경기에 별 의욕을 보이지 않은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반짝 활약했다고 주전 미드필더가 된다는 보장은 아직은 없다. 그러나 그가 신태용호의 새로운 공격 옵션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6월1일(저녁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이 ‘작은 거인’이 또한번 폭발적인 순간 질주로 공격의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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