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해외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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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축구화 신은 안영학 “조선적 불편하지 않는 날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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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9 21:20
수정 : 2018.05.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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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학이 일본 도쿄 조선상공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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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안영학의 특별한 월드컵】
“한국·일본·북한 모두 경험한 만큼
축구로 세 나라에 다리 놓고 싶어”
이달 말 ‘소수민족 월드컵’ 참가하려
지난해 은퇴 뒤 다시 축구화 신어
“팀 엠블럼엔 3국 요소 모두 담아…
‘일본의 통일 코리안들’ 자긍심
조선적 불편함 사라질 때까지 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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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학이 일본 도쿄 조선상공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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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이념이 제가 축구를 통해 추구했던 목표와 일치해 참가를 결심했어요.”
한국에서도 적잖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재일동포 축구 선수 안영학(39)이 특이한 ‘월드컵’에 참가한다. 이달 말부터 다음달 9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소수자들의 월드컵인 ‘독립축구연맹’(CONIFA)에 감독 겸 선수로 참가를 결심한 것이다.
안영학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북한 대표로 참가했고, 2006~2009년엔 케이(K)리그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에서 활약한 베테랑 미드필더다. 그는 최근 도쿄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 대회엔 북한 대표가 아니라 자이니치(재일동포) 대표로 경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독립축구연맹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등록하지 않은 소수민족이나 공동체가 참가하는 대회다. 이번 대회는 3회째다.
“저는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 사람이에요. 일본 제이(J)리그에서 뛰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대표도 하고, 한국 케이리그에서도 선수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나라(한국, 일본, 북한) 사람은 아닐 수도 있어요. 축구를 통해 (세 나라의) 다리를 건넌 셈이에요. 사람과 사람 사이 다리를 놓는다는 코니파 대회 이념이 제 축구 인생과 많이 겹쳐요.”
그가 속한 재일동포 팀 이름은 ‘일본의 통일 코리언들’(United Koreans in Japan)이다. 디자인 일을 하는 지인에게 부탁해 만든 팀 엠블럼엔 남·북한과 일본이라는 요소를 모두 담았다. 한반도를 상징하는 붉은색 호랑이를 가운데 넣었고, 테두리는 일본 축구대표팀 상징인 남색으로 정했다. 그는 “일본적 요소도 꼭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일본이라는 요소도 저희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영학은 코니파 대회에 감독 겸 선수로 뛴다. 그는 지난해 1월 제이리그 요코하마FC에서 나오면서 프로 선수생활을 끝냈지만 대회를 위해 잠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멤버도 화려하다. 홍콩 리그에서 뛰는 현역 프로선수가 가담했다. 선발기준은 “코리언 그리고 재일 조선인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2016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한 펀자브다. 펀자브는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지방 사람들이 만든 단체로 현재 코니파 랭킹 1위다. 이번 대회를 주최하는 팀인 바라와도 강팀으로 꼽았다. 바라와는 원래 아프리카 소말리아 동부 해안지역 명칭이다. 바라와에 뿌리를 두고 영국에 거주하는 이들의 디아스포라 팀이다. “두 팀 모두 강팀이지만 우리에게는 단결력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안영학의 일본 내 국적은 조선적이다. 일본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아 일본 내에선 무국적 취급을 받는다. 이 때문에 영국 비자를 받으려고 한 달 이상 기다렸다. 영국대사관에 자신이 누구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위키피디아 영문판 설명 등 제출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그는 “조선적이 불편한 점이 있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조선적이 불편하지 않은 시대가 곧 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안영학을 위해 지난해 8월 지인들이 도쿄 조선학교에서 은퇴 경기를 열어줬다. 그는 이 경기에 대해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화려한 은퇴 경기였다”고 말했다. ‘조선적’ 안영학의 두 번째 월드컵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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