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12 11:17
수정 : 2018.03.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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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2일(한국시각) 열린 본머스와의 2017-2018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17분 팀의 두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본머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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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길·하재훈 축구전문가가 본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의 비제도권 교육 결정적”
기본기 튼실하고 기술을 갖춘 새로운 선수
영양섭취부터 축구환경까지 아버지 특별관리
공간 필요한 호날두형 축구로 타이밍 잘 잡아
역대 최고의 한국 축구선수 될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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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2일(한국시각) 열린 본머스와의 2017-2018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17분 팀의 두번째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본머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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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웅정이 엄청난 기본기 훈련을 시켰다.”(김대길 해설위원)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은 아버지가 전수시켰을 것이다.”(하재훈 감독)
토트넘의 손흥민(26)이 12일(한국시각) 2017~2018 프리미어리그 본머스전 두 골로 승리(4-1)를 일구며 12일 새 7골을 생산하는 괴력을 선보이자 축구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아버지 손웅정(56)씨의 역할을 거론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버지가 볼 다루는 기술, 반복적인 연습, 실전보다는 기본기에 절대적으로 투자하면서 보통 한국의 제도권 축구교육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선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김 해설위원은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렸을 때는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11대 11 경기를 잘 하지만 성장하면서 기본기 부실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은 중학교 시절까지 아버지의 집중적인 기본기 교육을 받았고, 고교 때 분데스리가의 체계적 훈련 등을 거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이날 주포 해리 케인의 부상 탈락 뒤 케인의 자리인 최전방으로 올라간 뒤 후반 두골을 몰아쳤다. 1-1이던 후반 17분 델리 알리가 왼쪽에서 올려준 패스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고, 2-1로 앞서던 후반 42분에는 단독 돌파 뒤 골키퍼까지 제치고 쐐기포를 쐈다. 골키퍼를 제치는 동작은 세계 최고의 선수 급이었다.
정규리그 12호이자 시즌 18호골 고지에 올랐다. 1일 로치데일과의 축구협회(FA)컵 16강전 두 골, 4일 허더즈필드와의 리그 홈경기에서 두 골, 8일 유벤투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서 한 골을 포함해 4경기 내리 7득점했다.
하재훈 전 에스케이 감독은 “기술적으로 역대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다. 앞으로 더 치고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 감독은 “손흥민은 리오넬 메시처럼 좁은 공간을 뚫고 나가기보다는 넓은 공간에서 스피드와 슈팅으로 빛을 발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타일의 선수다. 아버지가 공간을 찾아가는 타이밍에 대해 특별한 교육을 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하 감독은 20살 청소년대표 시절 손웅정씨와 함께 뛴 경험도 얘기했다. 그는 “손웅정씨는 키는 1m70을 넘는 정도로 작지만 스트라이커를 봤다. 스피드와 파워를 갖췄고, 창의적으로 공을 차려고 했다. 현역에서도 공간을 찾아가는 능력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손흥민은 시즌 18골을 기록하면서 지난 시즌 역대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골 기록(21골)에도 바짝 접근했다. 만약 다시 21골을 넘어선다면 역대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른 차범근, 박지성과의 비교가 새롭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직 나이도 젊고 부상도 없다. 앞으로 차범근, 박지성을 훨씬 능가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가 작은 아버지는 현역 시절 악바리처럼 뛰면서 살아남았다. 그런 경험 때문에 기술 뿐만 아니라 음식 등 영양섭취에도 아버지가 각별히 신경을 썼다. 어려서부터 실전 경기에 투입하기보다는 기본기 훈련에 전념하면서 부상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은 것도 다행스런 일”이라고 했다.
하재훈 감독은 “한국의 제도적 축구교육시스템과는 다르게 만들어진 선수다. 일종의 특별교육으로 미래에 투자한 사례다. 지금은 우리나라 축구교육시스템이 아시아에서는 많이 앞서가고 있지만, 아버지가 일찌감치 과거의 훈련방식보다는 자기식의 축구교육으로 세계적인 선수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도 일찍이 호주로 유학가 유소년 축구의 기초를 몸에 익혔고, 최근에는 백승호, 이승우, 이강인 등 특출난 선수들이 스페인이나 독일의 프로리그에서 교육을 받으며 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 감독은 “무분별하게 선수를 외국에 보낸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검증된 자원들은 나가서 배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축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 것도 눈에 띈다.
손흥민은 6월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있지만, 8월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소속팀인 토트넘이 아시안게임에 손흥민을 보내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다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도 불확실하고, 우승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손흥민이 역대 최고의 선수로 입지를 굳혀가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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