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10 18:53
수정 : 2017.12.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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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일한 해외파 정일관(FC루체른)이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위협적인 헤딩슛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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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 일본에 0-1로 졌지만
결정적 골기회 수차례 만들어
노르웨이 출신 안데르센 감독
분데스리가 득점왕 경력
“선수들 고강도 훈련…자긍심 느껴”
북 미사일 발사 긴장속 경기 진행
조선학교 학생 수천명 인공기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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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일한 해외파 정일관(FC루체른)이 9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경기에서 일본을 상대로 위협적인 헤딩슛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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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수들에게 자긍심을 느낀다. 패스도 잘했고, 역습도 좋았다. 뛰는 양도 많았다. 피니시(마무리)가 안 됐을 뿐이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 남자부 두번째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저녁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일본한테 0-1로 지고도 노르웨이 출신 예른 안데르센(54)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 나타나 오히려 더 큰소리를 쳤다. “매우 운이 없었다. 매우 좋은 매치였다.” 그의 첫마디였다. 그는 “일본은 최대 2번밖에 득점 기회가 없었으나 우리는 5~6차례 있었다”며 아쉬운 패배가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보스니아 출신 바히드 할릴호지치(63) 일본 감독은 “운이 우리 편을 들어줬다. 북한팀이 수비를 잘했다. 4-5-1 빗장수비를 뚫기가 어려웠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수백명의 한·일 기자들이 가득 메운 ‘미디어 트리뷴’에서 북·일전을 지켜보던 재일 축구전문 프리랜서인 신무광씨도 “12일 북한이 한국을 이길 것 같다”고 예견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0일치 스포츠면에 ‘일본, 북조선에 신승’이라며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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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관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슛이 불발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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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가지 못해 그동안 베일에 가렸던 북한 축구가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스타선수 출신 외국인 감독 지도 아래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아직 한국·중국과의 두차례 경기가 남아 있지만, 북한은 일본전에서 스위스리그에서 뛰는 유일한 해외파 11번 정일관(25·FC루체른)과 23번 김유성(22, 4·25체육단)을 앞세워 위협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내며 일본을 주눅들게 했다. 일본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북한이 낙승할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정일관은 두차례 위협적인 슛을 날렸다. 투혼과 정신력으로 버티다 후반 추가시간 1분 결승골을 내준 것 빼고는 절대 뒤지지 않았다. 북한의 평균 나이는 24.9살. 일본(26살), 한국(26.9살), 중국(26.2살)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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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른 안데르센 북한 감독이 9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를 향해 지시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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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 이후론 부진했고, 말레이시아·필리핀 등 동남아팀들 틈바구니에서 전전해야 했다. 이번 동아시안컵도 한·중·일을 제외한 7개 팀과의 예선을 통해 한자리를 꿰찼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이기도 한 안데르센 감독은 “북한과 하루 두번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평일에는 체력, 달리기, 전술적인 훈련을 한다. 주말에는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정말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고 훈련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북·일전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긴장관계 속에 진행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일본은 수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닛폰’을 외치며 응원을 벌였다. 이에 뒤질세라 재일 조선고등학교와 대학생 수천명이 인공기를 흔들고 ‘필승 조선’을 외쳐대며 북한팀에 힘을 불어넣었다. 양보할 수 없는 자존심 대결에도 양쪽은 깨끗한 플레이로 축구의 묘미를 선사했고 불상사도 없었다.
북한과의 정치적 긴장감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축구 패밀리의 한 사람으로 거기에 자긍심을 느낀다. 정치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축구를 통해 우정과 기쁨을 전한다. 오늘 경기는 정말 치열한 경기였고, 그런 의미에서 두 팀을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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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자축구대표팀 장신 골잡이 김윤미(4·25체육단)가 지난 8일 중국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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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1차전에서 남녀 모두 강한 인상을 심어준 북한은 11일(오후 4시10분) 지바 소가스포츠파크에서 한국과 여자부 2차전, 12일(오후 4시30분)엔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남자부 2차전을 벌인다. 북한 여자팀은 중국전에서 2골을 넣은 김윤미(24, 4·25체육단), 한국 여자팀은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빠진 가운데 고베 아이낙 입단 예정인 이민아(26)가 각각 공격의 핵이다.
도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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