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1 09:23
수정 : 2017.11.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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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지시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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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스 전담마크 고요한 투입 아이디어 공유
강팀 데이터와 영상 분석 풍부한 자료 강점
신 감독 “항상 같이 있으면서 전력 강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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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지시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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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세계적인 선수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경기 내내 짜증을 냈다. 경기 뒤에는 악수도 하지 않고 홀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믹스트존 인터뷰도 거절했다. 경기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감정 조절 실패는 한국의 의도된 작전 때문이었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10일 콜롬비아 평가전 뒤, “고요한이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니며 막아 주었다”고 했다. 실제 고요한은 의도적으로 몸을 바짝 붙이면서 로드리게스를 막았다. 여러 번 하메스가 충격을 받자, 주심은 고요한한테 경고까지 줄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상대의 핵심 선수를 고립시키려는 작전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아이디어는 최근 가세한 스페인 출신의 토니 그란데(70) 기술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50) 피지컬 코치의 조언에서 나왔다. 스페인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2010, 2014 월드컵을 치렀던 그란데 코치는 영상을 보여주며 선수들에게 로드리게스 공략법을 일깨워졌다. 몸싸움을 싫어하는 만큼 그림자처럼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신태용 감독이 기술적으로 뛰어나며 영리한 고요한을 전담 마크맨으로 붙였다. 앞서 7일 팀 훈련 때 이재성은 “그란데 감독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로드리게스 견제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여러 선수들이 협력 수비를 하면서 압박과 공 빼앗기 방식으로 콜롬비아 공격의 맥을 잘랐고, 잦은 충돌에 짜증이 난 로드리게스는 위력이 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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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수석코치를 지낸 토니 그란데 대표팀 기술코치가 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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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냐노 피지컬 코치도 먼 거리를 이동해온 유럽파 선수들의 몸상태를 고려해 훈련 참여 시간을 조정하는 등 대표팀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란데 코치와 미냐노 코치의 가치는 12월 1일 러시아 월드컵 본선조 추첨 이후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두 코치의 영입을 추진했던 한 관계자는 “그란데 코치는 스페인 대표팀에서 두 차례나 월드컵을 치르면서 러시아 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는 강팀들의 전력을 분석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최상의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란데 코치는 이날 관중석에 경기를 지켜봤다.
신태용 감독도 자신의 빠른 축구를 소화하면서 스스로 변해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신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은 본선에 나가야 한다는 목표에 집중했고, 10월 두 차례 평가전에는 K리그를 위해 선수를 부르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월드컵 때까지 신태용식 축구의 색깔에 맞게 팀을 조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왼쪽 날개 공격수가 아닌 중앙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는 ‘신의 한 수’로 승리를 이끌어 전술 운영에서도 특유의 기민함을 보여주었다. 신 감독은 스페인 출신 코치 2명에 대해서도 “훈련 프로그램부터 공유하면서 스페인 대표팀 경험을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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