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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05 14:09 수정 : 2017.09.05 14:48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이며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이 4일(현지시각)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마음고생 김영권 우즈베크전 출전
말의 본뜻과 여론의 곡해는 위험
홍명보 감독도 명예회복 이뤄져야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이며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이 4일(현지시각)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과거 축구장에 가면 ‘잘 키운 수비수 열 공격수 부럽지 않다’는 응원문구를 볼 수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변방 한국이 4강에 오르면서 수비의 힘이 조명을 받았고, 골 넣는 선수를 돕는 수비의 보이지 않는 헌신을 정당하게 평가해주어야 한다는 자성이 확산되면서 이뤄진 변화였다. 지금은 수비가 확고하지 않으면 한 경기를 이기고, 더 나아가 한 대회를 제패하기는 어렵다는 게 상식처럼 됐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31일 이란전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도 무실점 행진을 벌인 상대의 수비벽 때문이었다. 또 실점하지 않은 것도 우리 수비가 강했기 때문이다.

한국팀의 주장이며 중앙 수비수인 김영권(27·광저우 헝다)이 이란전 분투에도 일시적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란전 뒤 보완해야 할 점으로 그가 인터뷰한 내용은 이렇다. “특별한 건 없고 경기장 안에서 워낙 관중 소리가 크다보니까 소통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소리를 질러도 잘 들리지 않고. 소통을 계속 연습해왔는데 잘 들리지 않아서 답답했다.”

김영권은 팬들을 원망하지도 않았고, 응원 때문에 실망했다는 뜻을 표시하지도 않았다. 관중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선수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후배 김민재(21·전북)와 열심히 소통하면서 수비를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신태용 감독도 4일 “중앙 수비수 김민재가 A매치에 처음 출장하니까 1초라도 쉬지 말고 민재를 유도하고 책임 있게 이끌라고 지시했다. 팬들을 실망시킬 뜻은 1%도 없었다. 우즈베크전에 당연히 출전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전 다음날 김영권은 포털의 검색어 1위에 오르고, 팬들 앞에서 해명하고 사과해야 했다.

김영권의 말한 의도와 팬의 왜곡된 이해 사이엔 미디어가 있다. 포털을 통해 순식간에 뉴스가 전파되고, 감정적인 댓글이 오가 가면 상승작용이 일어난다. 이것이 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지금은 해악이 더 커 보인다. 오랜 기간을 거쳐 어렵게 얻은 선수 자원을 너무 쉽게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축구 국가대표 김영권(왼쪽) 선수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김영권 에피소드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뒤 선수단과 회식 자리를 한 홍명보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미디어는 사진과 동영상을 입수해 패배했음에도 음주가무를 했다며 홍명보 감독을 비판했다. 카리스마 강한 홍 감독의 마음이 즐거울 리도 없고, 음식이 입에 달지도 않았을 것이다. 억지로 일어나 춤을 추고 웃는 그 상황을 홍 감독의 전부라고 묘사한다면 그것은 왜곡이다. 취재 경쟁으로 자질구레한 일까지 탈탈 털어 보도하면서 불세출의 수비수는 명예에 큰 손실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그를 활용하지 못하는 한국축구도 피해자가 됐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월드컵 분위기는 차분하다. 한국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 때는 3만5천석 규모의 경기장이 우즈베크를 응원하는 함성으로 넘칠 것이다. 하지만 이들한테 축구는 생활의 일부이지 몰두해야 할 전부는 아니다. 택시기사를 만나도 관심의 정도가 한국보다 낮다. 어떤 때는 축구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한국의 인터넷 포털 문화의 즉각적인 뉴스 전달과 소비, 댓글을 통한 왜곡된 여론 형성의 부작용과 편가르기가 이곳에서는 크지 않은 것 같다.

타슈켄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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