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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5 16:36 수정 : 2017.06.15 21:09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숙소인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산책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년9개월 최장수에도 불명예 퇴진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
“두 경기 대비 비상 기술위” 제안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숙소인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산책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년9개월 최장수 대표팀 감독이 불명예 퇴진했다. 한때 신의 경지를 뜻하는 ‘갓틸리케’ 별칭이 무색해졌다. 월드컵 본선행은 불확실하고, 한국 축구의 무색무취는 후유증이다. 축구협회는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15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 원정에서 패배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2014년 9월 부임 이래 점유율과 빌드업을 앞세운 축구로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을 일궈 정점을 달렸지만, 결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은 최종예선 A조 4승1무3패(승점 13) 2위로 본선 자력 진출을 위해서는 이란(승점 20),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남은 두 경기에서 이기거나 1승1무를 거둬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만난 상대는 이전의 팀과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이 고생했지만 최종예선의 진정한 평가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했다. 재임 중 27승5무7패(63득점·25실점), 역대 대표팀 감독 최고 승률(69%)도 퇴색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슈틸리케 감독은 지도자로서는 무명이었다. 스위스와 중동에서 프로팀 감독을 맡았고, 코트디부아르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지만 뚜렷한 족적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로 한국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을 때 모국인 독일에서도 큰 뉴스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말처럼 “돈보다는 한국팀의 가능성을 믿고 열성적으로 지도”하면서 갓틸리케라는 칭송까지 듣는다.

대표팀 감독은 열정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경기에서 팀 색깔을 잃어버렸다. 점유율은 효과적이지 못했고, 공격 패턴은 단조로웠다. 2년9개월 동안 조직력의 최정점에 올라야 할 대표팀은 엇박자가 나거나 개인능력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일우 경희고 감독은 “대표팀은 오디션을 하는 곳이 아니다. 지금쯤이면 15명의 핵심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팀 전력을 구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K리거를 비롯한 선수 차출에서도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판단도 나왔다. 무엇보다 목숨 걸고 축구하는 한국의 혼은 약화됐다. 대표팀의 고참인 이근호가 “다른 나라는 120%로 뛴다. 우리는 안일하다”고 말했는데, 결국 감독의 책임이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대표팀 전력을 강화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선수들의 능력과 몸 상태를 가장 잘 아는 K리그 감독들을 중심으로 비상기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통상적인 기술위원회 구성으로는 한계가 있다. 남은 두 경기에서 한국이 보유한 최고의 선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K리그 감독들의 조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동반 사퇴한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시간이 없다. 외국인 감독보다는 경험 많은 국내 감독이 팀을 맡아야 한다. 심적으로 가라앉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 최종예선 두 경기 승리를 위해서는 축구협회가 비상체제로 움직여야 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비상한 각오로 ‘슈틸리케 이후’의 지혜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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