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08 07:55
수정 : 2017.06.0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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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황일수가 8일 새벽(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라스알카이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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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평가전, 공만 돌리다 0-0
공 점유율 앞섰지만 유효슈팅 ‘0’
후반 투입 황일수·이재성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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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황일수가 8일 새벽(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라스알카이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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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의 점유율 축구는 단순했다. 공은 갖고 있지만 상대의 위험지역에는 많이 가지 못했다. 가더라도 날카로움이 떨어졌다. 위협적이지 않은 점유율 축구의 한계를 보여준 또 한판의 경기여서 팬들은 답답증을 느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8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 에미리츠 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14일 예정된 2018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전을 대비한 싸움인데 승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 때 경질 위기까지 몰린 슈틸리케 감독이어서 이날은 이전보다 나아진 플레이를 기대한 팬들은 적잖이 실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전문가들도 “승리해서 분위기를 타고 카타르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이례적으로 3백 전형(3-4-3)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더 큰 변화는 기성용을 스리백의 중앙에 두고, 홍정호와 장현수를 양쪽에 세운 수비 전술이었다. 기성용의 롱패스와 시야를 통해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을 하겠다는 뜻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지금까지 중원에서 공수의 조율을 맡았고, 공격에도 적극 가담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온 자원이다. 자칫 실수라도 나오면 기성용의 중앙 수비수 활용은 화근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으로 비칠 수도 있다.
변형 수비진을 바탕으로 미드필더인 한국영과 남태희가 수비를 도왔고, 좌우 윙백에는 박주호와 김창수가 자리를 잡았다. 공격 3인방에는 손흥민, 지동원, 이청용이 편대를 이뤘다. 골키퍼는 김승규.
경기는 평가전이고, 서로 월드컵 예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한국이 전방에서부터 압박에 들어가면서 이라크도 수비선을 올리지 못해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수세적인 팀을 만나면서 한국이 공을 보유한 시간이 늘어 전반 점유율은 거의 7대3 우위였다.
하지만 상대 위험지역에 접근하는 방식이 단조로웠고, 접근해서도 날카로운 공격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위협을 주지 못했다. 윙백의 공격가담이 중요하지만, 백패스를 남발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였다. 전통적으로 결정력 부족이 한국 축구의 문제로 지적되지만, 이날은 결정력을 따질 슈팅조차 없었다. 전반 2개를 포함해 이날 한국의 슈팅은 6개인데 골대 안을 향하지 못했다. 전반 35분 손흥민이 골문 왼쪽을 돌파해 날린 슛은 골문 위로 넘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들어 황희찬과 이명주를 투입해 변화를 주었고, 이근호와 이재성 등 K리거를 투입시켜 속도를 높이려 했다. 수비도 익숙한 포백으로 바꿨고, 기성용도 중원으로 올라와 공격력을 높였다. 그러나 아직 완벽한 호흡이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황희찬이 후반 초반 슈팅을 시도하며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그에게 패스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나마 이근호가 배후 침투를 시도하고, 후반 중반 들어온 이재성이 스루패스 등 좀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제주의 단신 황일수가 후반 32분 들어와 답답증을 부분적으로 해소했다. 1m73의 황일수는 좌우 측면에서 빠른 발을 앞세워 배후로 파고드는 등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이날 경기에서 K리거의 자존심을 보였다.
한국은 그냥 서 있는 상황에서도 땀이 흥건할 정도로 더운 날씨에다 막판으로 갈수록 피로도가 증가해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수비도 다시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뒤 “전후반 경기력이 달랐는데, 전반에는 선수들이 기후 탓도 있고 새로운 포메이션 탓에 조심스럽게 운영을 했다.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전술적인 부분을 확인했다. 카타르전에서는 무조건 결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승점 13)이지만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이 바짝 쫓아와 무조건 카타르를 이기고 승점 3을 챙겨야 한다. 카타르전을 대비해 평소보다 빨리 대표팀을 소집해 훈련해 왔다. 대표팀은 10일 쿠웨이트를 경유해 카타르 도하로 이동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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