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9 08:25
수정 : 2017.05.21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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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8일(현지시각) 킹 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 후반 25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시즌 21호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레스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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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시티전 시즌 20·21호 골 폭발
차범근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
31년 만에 갈아치워
박지성의 EPL 한국인 최다골도 넘어서
해리 케인(32골)에 이어 알리와 공동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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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18일(현지시각) 킹 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의 원정경기 후반 25분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시즌 21호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레스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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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선수 출신인 손웅정씨.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 코치였던 그는 이곳에서 1992년 태어난 아들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맞춤형 개인훈련을 시키며, 장차 아들이 유럽 빅리그를 누비는 꿈을 키웠다. 무엇보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도록 시켰고, 반박자 빠른 슈팅, 그리고 패스·볼트래핑 등 기본기를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아들은 하루 1000개가 넘는 슈팅 훈련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을 조기에 중학교 축구부에 보내지 않은 것은, 보통 30~40명이 되는 축구부에서는 개인기술이나 능력을 집중적으로 연마시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중3이 되자 본격적인 엘리트 훈련을 받도록 강원도 원주 육민관중으로 전학시켰고, 당시 K리그 선수 출신인 나승화 코치에게 “아들을 잘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17년 5월18일(현지시각). 그 소년은 어느새 20대 중반의 어엿한 축구 스타로 발돋움해, 유럽 무대 한국인 최초의 한 시즌 20골 기록이라는 기념비적인 골을 폭발시킨다. ‘손세이셔널’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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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8일(현지시각)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시즌 20호골을 넣은 뒤 양손으로 ‘20’ 모양을 표시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레스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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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이날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경기장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와의 37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장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6-1 완승에 기여했다. 전반 25분 해리 케인의 첫 골을 도운 손흥민은 전반 35분께 델리 알리가 아크 지역에서 문전으로 찔러준 공을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로 연결시키며 그렇게 고대하던 시즌 20호 골 고지에 올랐다. 차범근이 1985~1986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작성한 한국인 유럽 리그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 만에 넘어선 대기록이었다. 그는 골을 넣은 뒤 양손으로 ‘20’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중계 카메라 앞에서 펼쳐 보이며 좋아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퀸스파크 레인저스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이 보유하고 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한국인 통산 최다골(8시즌 27골) 기록도 잉글랜드 진출 두 시즌 만에 갈아치웠기에 기쁨은 두배였다.
손흥민은 팀이 3-1로 앞선 후반 25분에는 역습 때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치고 들어가다가 환상적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들을 흔들어놓은 뒤,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오른발 중거리포로 시즌 21호 골을 폭발시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4골, 축구협회(FA)컵에서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을 합해서다. 최근 본머스와 경기에서 시즌 19번째 골을 터뜨린 뒤 5경기에서 침묵했던 손흥민으로서는 1개월 만에 맛본 짜릿한 골들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33분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에서는 해리 케인 혼자 4골을 터뜨리는 등 가공할 득점력을 뽐냈다.
경기 뒤 손흥민은 구단 방송 인터뷰를 통해 “이제 정말로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모두 팀 동료들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토트넘 구단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소니(손흥민)의 골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명의 다른 선수가 한 시즌에 20골 이상을 넣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주공격수 해리 케인은 정규리그에서만 26골을 기록해 로멜루 루카쿠(에버턴)를 2골 차로 제치고 득점 선두로 나섰다. 이번 시즌 총 32골로 팀 내 최다이다. 델리 알리는 정규리그에서는 17골로 리그 공동 6위이지만 이번 시즌 총 21골을 터뜨리며 손흥민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승한 첼시에 이어 리그 2위를 확정지은 토트넘은 21일 밤 11시(한국시각) 헐시티와 정규리그 시즌 최종전(원정)을 남겨놓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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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18일(현지시각)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전반 35분 기념비적인 시즌 20호골을 터뜨리고 있다. 레스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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