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09 10:16
수정 : 2017.05.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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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문타리가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비비시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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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문타리, 비비시 인터뷰서 문제해결 촉구
지난달 경기 도중 흑인 비하 욕설 듣고 경기장 떠나
“인종주의 심해져…선수들 파업해서라도 싸워야”
“FIFA·UEFA도 인종차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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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문타리가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비비시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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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문타리(33)가 ‘축구장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높였다.
가나의 전 국가대표이자 이탈리아 세리에 A 페스카라에서 뛰는 문타리는 9일(한국시각)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 다음 경기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또 축구장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문타리는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칼리아리에서 열린 칼리아리와의 세리에 A 원정경기 도중 관중들로부터 흑인 비하 욕설을 듣고 경기장을 떠났다. 문타리가 후반 44분 주심에게 항의했지만 오히려 경고를 받았고, 이에 문타리가 경기장을 떠나면서 다시 경고가 추가됐다. 한 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도 내려졌다. 하지만 문타리를 지지하는 인종주의 반대 움직임에 뜨끔해진 세리에 A는 곧바로 문타리에 대한 징계를 취소했다.
문타리는 이날 비비시와의 회견에서, “인종적인 폭언을 들으면서 경기장에 있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인종주의가 도처에서 심해지고 있다. 선수들이 파업해서라도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타리는 경기장을 떠날 때 “이것은 내 색깔”이라며 칼리아리 팬들과 격하게 맞서기도 했다. 그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면 또 경기장을 떠나겠다.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느낀다면 경기장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타리는 “경기장 차별은 거의 흑인들에게 향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을 변호해줄 사람이 없고, 계약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까 봐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상황에 대해 “지옥을 통과하는 것 같았다. 나는 범죄자처럼 취급받았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축구장 인종차별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벤투스의 모로코 출신 수비수 메흐디 베나티아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어폰을 타고 들어온 인종차별 잡음에 인터뷰를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문타리 사건을 정식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문타리는 “피파 등이 인종차별 이슈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타리는 “피파나 유에파는 그들이 관심 있는 것에만 신경 쓴다. 인종주의와 싸우려 한다면 당장 뛰어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제프 블라터 시대를 끝내고 취임한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보였다. 문타리는 “새 회장은 다를 것이다. 그가 인종주의와 싸워주길 바란다”고 했다.
잉글랜드의 선덜랜드 등에서 뛰었던 문타리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인종차별을 하면 출입이 금지되거나 기소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었다. 잉글랜드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비비시는 2016년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54개국 1만4천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7.2%가 외국에서 차별을 경험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이 수치가 32%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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