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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7 17:18 수정 : 2005.01.27 17:18

축구 경기에서 골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별미’를 제공한다. 갈구하던 골이 터지고, 그 주인공이 저마다 독특한 폼으로 보여주는 몸 동작에는 감칠 맛 나는 ‘미학’이 담겨 있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브라질의 베베투가 골을 성공시킨 뒤 호마리우 등 동료와 함께 아이를 어르는 골 세리머니를 펼친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삼바 축구스타 호나우두는 오른손 검지를 눈 높이로 치켜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달리는 것으로 자신의 골을 자축하곤 한다. 히바우두는 한 때 윗도리를 벗어들고 오른손으로 팽이 돌리듯 돌리며 질주하는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신예 오베파미 마틴스(인터밀란)가 뒤로 여러 바퀴 도는 텀블링 세리머니로 밀라노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골 세리머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앨런 시어러가 보여준 것이었다. 탁월한 득점 감각을 자랑하며 한때 잉글랜드대표팀 주전 골잡이로 명성을 떨쳤던 그가, 서글서글한 얼굴로 오른손을 높게 치켜들며 질주하는 모습은 두고 두고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골 세리머니가 항상 관중에게 유쾌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 라치오의 파올로 디 카니오가 ‘파시스트식 경례’로 골 세리머니를 펼쳐 징계청문회에 오른 것은 대표적이다. 안정환은 어지간한 대표팀 경기에서는 골을 터뜨려도 기뻐하지도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는다.

어쨌든, 국제축구연맹은 골 세리머니가 정치적·사상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니폼 윗도리를 벗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옐로카드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골을 터뜨린 선수들은 무아지경에서 상의를 벗어던지곤 해 경고를 받는 일이 잦다.

27일 새벽 잠을 설쳐가며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을 봤다. 이날 2골을 터뜨린 박주영은 늘 그랬듯이 10여m쯤 양팔을 벌린 채 달리다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양손을 움켜쥐고 기도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뒤에도 박주영이 수비수 안재준과 함께 센터써클에서 한동안 무릎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기도하는 골 세리머니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선수들에게 유행이 됐다.

이런 유행 속에 이날 전반 41분 선취골을 터뜨린 김승용의 골 뒤풀이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김승용은 골을 성공시킨 뒤 한 20m 가량 혼자 질주하고 나서 동료를 불러세운 뒤, 최근 텔레비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에스비에스(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리마리오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골 세리머니도 좀 더 다양해지고, 정치적 이념적 종교적 색깔없이 모두들에게 즐거운 것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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