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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여자부 남북경기 후반 32분 결승골을 터뜨린 한국의 박은정(왼쪽에서 두번째)이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전주/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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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2분 박은정 결승골로 1-0 승리 2연승 질주…일본전 비기기만 해도 우승
한국 여자축구가 체증같은 ‘한’을 모두 풀었다. 안종관 감독의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대회 2차전에서 후반 32분 터진 박은정(여주대)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아시아 최강 북한을 1-0으로 물리쳤다. 한국팀은 1일 중국전에서 15년 만에 첫 승리를 일군 데 이어, 이날 북한을 맞아 15년 만에 첫 승을 올리면서, 합쳐 30년 묵은 ‘한국 여자축구의 한’을 풀어 버렸다. 한국은 2연승으로 6일 일본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컵을 차지한다. 지난 5월 안 감독이 팀을 맡은 이래 한국 여자팀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북한에 0-7로 진 뒤 상대전적 1무5패(3득23실)로 무기력했던 한국팀은 더 이상 아니었다. 한국팀의 힘은 문지기 김정미와 유영실-김결실-홍경숙-차연희 등 포백수비의 안정감이 바탕이었다. 탄탄한 수비벽에 국제축구연맹(피파) 순위 7위로 아시아 정상인 북한의 공격도 속속 막혔다. 예상 외의 팽팽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안방에서의 경기 탓인지 한국팀은 갈수록 상승세였다. 섭씨 33도의 무더위도 거칠 게 없었다. 전반 43분 해결사 박은선을 투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한 한국은 후반 32분 한국 여자축구의 새 역사를 만드는 통렬한 골을 얻어냈다. 후반 교체 투입된 19살 박은정이 오른쪽 구석에서 한진숙이 짧게 내준 공을 받아 벌칙구역 안으로 수비 1명을 제치고 들어간 뒤 강력한 왼발슛을 꽂았다. 발끝을 떠난 공은 골문 왼쪽구석으로 빨랫줄처럼 들어갔고, 북한의 15년 아성도 골과 함께 무너졌다. 한국은 이후 박은정을 왼쪽 수비수로 보직 변경해 지키기 작전으로 나가는 등 철저한 실리축구로 북한의 막판 공격을 따돌렸다.
안종관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과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안 감독은 “선수들과 일심동체가 돼 뛰었던 게 통했다”며 “오늘이 지도자 생활 중 가장 기쁘며, 이 맛에 지도자 생활을 한다”며 활짝 웃었다. 전주/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4일 여자부 전적> 한국(2승) 1-0 북한(1승1패)(0:0/1:0) △득점=박은정(후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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