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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필드 부산 감독(좌), 파리아스 포항 감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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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공 받고 나서야 생각하는 선수 많아…” 한국 프로축구판에는 두 명의 외국인 감독이 있다. 부산 아이파크의 이안 포터필드(59) 감독과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38) 감독. 하지만 이들은 나이 차이만큼이나 생각과 스타일이 다르다. 포터필드 감독은 노회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파리아스 감독에게서는 패기와 투지가 물씬 풍긴다. 20, 21일 부산과 포항에서 두 외국인 감독을 직접 만나 이들이 보는 한국 축구의 모습과 올 시즌 목표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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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필드 부산 감독 박주영 유럽행? 아직은‥
선수 조기발굴 체제 갖춰야
훌륭한 시설 보유 미래 밝다 20일 무려 3만여명의 안방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뒤늦은 안방 개막전을 치른 부산 아이파크. 그러나 FC서울에 치욕스럽게도 0-3으로 지면서 꼴찌로 추락. 포터필드 감독은 겉으로는 평온했다. 그는 “우리 팀의 공 점유율은 높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고 어이없고도 실망스럽게 골을 내줬다”고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조금 전 라커룸에서 물병을 걷어찬 뒤 선수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나오는 길이었다. 우리 나이로 내년이면 환갑인 그에게 ‘늙은 여우’라는 별명을 붙여 준다면 그가 기분 나빠할까? 이달로 부임 2년반이 된 그는 이미 절반은 한국 사람이 된 듯했다. 그는 한국 축구에서 많은 장점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소질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특히 오늘 도움을 기록한 FC서울의 박주영은 정말 재능도 좋고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또 세계 어디를 가봐도 2002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 들어선 한국의 축구시설만큼 훌륭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축구에 관한 한 한국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했다. “박주영이 유럽 무대에서 통할까요?”라고 물으니, 그는 “지금은 준비가 안 됐다”고 답했다. 그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에서는 15~16살만 되면 프로 구단에 바로 들어가 배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학원 축구를 거쳐야 하고 군대도 가야 한다. 마이클 오언은 17살 때부터 프로 무대에서 뛰었다. 미국 축구가 빨리 성장한 것도 어린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좋은 시스템에서 키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그의 올해 1차 목표는 현재 열리고 있는 컵대회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축구협회컵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예선을 통과해 8강에 진입하는 것이다. 다음엔 정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그의 말은 부드럽지만, 챙길 건 다 챙기겠다는 욕심이 녹아 있다. 함께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수원이 풍부한 선수 확보로 다소 여유가 있는 것이 부럽지는 않을까?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많은 예산과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처음 올 때부터 알았다”며 “나는 현재의 선수들을 계속 성장시키고 대학에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서 잘 해내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자식을 여섯이나 둔 그는 해운대 쪽 아파트에서 부인 그렌다 게일 포터필드와 단둘이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픈 질문을 던졌다. “안효연을 수원 보내고 나니 어때요?” 그는 정말 아파했다. “사실 끝까지 데리고 있고 싶었는데 떠나서 슬프다. 운도 안 따랐고, (안효연에게 제시할 수 있는) 계약료나 봉급에서 수원과 경쟁할 수 없었다. 그가 수원에서도 잘 해주길 바란다.” 다음번 부산-수원 경기 때 안효연은 그에게 절이라도 꾸벅 해야 할 것 같다. 부산/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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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대화없는 선수 답답
용병 뛰어넘는 선수 늘어날것 컵대회에서 2승2무로 단독 4위. 지휘봉을 잡은 지 3개월도 안 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하지만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불만에 찬 어조로 끊임없이 변화를 강조했다. 팀의 주전 문지기 김병지(35)보다 불과 세살 많은 이 젊은 감독은 선수도, 스태프도, 구단도,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계속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심히 뛰는 말의 궁둥이에 피가 나도록 채찍을 가해야 속이 후련할까? ‘삼바’ 감독은 브라질 출신답게 변화의 요체로 ‘공격 축구’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 축구는 1골 넣으면 (골문을 잠그다) 역습으로 나간다. 수비 위주로 많이 한다. 그러니 무승부가 많다. 하지만 나는 자신감 있는 축구, 공격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준우승도 좋은 성적이지만 브라질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목표는 오로지 우승뿐”이라고 당차게 선언했다. 그는 포항이 기술적인 면에서 조금만 더 발전하면 수원 삼성 같은 구단에는 앞서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그의 쓴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는 “케이리그는 너무 빠르게만 경기를 하려고 한다”는 조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를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급하게 한다”며 “선수들이 생각을 빨리 하면서 동작이 그에 따라야 하는데, 공을 받고 나서야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의 날을 들이댔다. 이어 “많은 구단이 훈련 때 (골대 없이) 패싱게임을 자주 하는데, 실전에서 패스란 늘 골대를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런 패싱게임은 잘못된 방법”이라고 거침없이 지적했다. 무작정 패스 훈련만 해봐야 실전에서는 골로 연결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따마르, 다 실바, 따바레즈, 산토스 등 브라질 선수들이 팀에 많아 편할 것 같다고 물어보니 “팀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동의했다. 또 “한국 선수들도 그들처럼 화려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겠다”고 대답했다. 의욕에 따른 고충도 있다. 한국 생활 3개월여 동안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고 식생활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그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선수들의 침묵이다. “선수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지도자를 찾아 솔직하게 얘기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개인적으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선수들이 있다고 한다. 케이리그의 득점이 주로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들에게 편중되면서 토종 선수 육성이 큰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했더니, “아직까지는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들보다 능력이 있어 영입해 오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에서도 좋은 공격수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과 똑같이 책임감을 갖고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에 대해서는 경기를 텔레비전으로만 봐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으나, 돌아올 스트라이커 이동국에 대해서는 “젊고 적응을 잘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포항/전종휘 기자, 사진 스포츠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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