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7 18:09
수정 : 2005.03.17 18:09
박주영 차출거부 계기 구단 목소리 세질듯
협회 중심 벗어나 새 소집규정 만들어내야
대표팀이 먼저냐, 클럽팀이 우선이냐?
프로축구 FC서울 구단이 박주영(20)을 수원컵 4개국 청소년축구대회(3.22~26)에 대비한 대표팀 소집에 보내지 않은 것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와 프로구단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대표팀도 살리고 클럽축구도 살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높다.
이제까지는 대표팀을 소집하는 축구협회와 프로구단의 역관계에서 협회 쪽이 절대 우위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전에는 축구협회의 요구에 따라, 구단들은 1년6개월 동안 수시로 선수를 대표팀에 파견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구단들은 “국제 규정대로 차출하라”며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FC서울 구단은 축구협회가 과거보다 훨씬 단축된 대회 5일전 소집 규정으로 박주영 파견을 요청했지만, 이것도 너무 길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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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이 살아야 한다=FC서울 쪽은 “우리가 투자해 데려온 선수들이다. 그런데 대표팀에 자주 소집돼 막대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FC서울은 “2003년 연 인원 30명이 343일간, 2004년 연 인원 21명이 306일간 각급 대표팀에 차출됐다”며 “정상적인 팀 훈련이 안 돼 흥행과 성적에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웅수 단장은 “박주영을 20일 프로팀 경기 뒤 보내겠다는 것은 구단의 욕심이 아니다”며 “케이(K) 리그와 프로구단에 대한 축구협회의 시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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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집 규정은 지켜야 한다=대한축구협회 쪽은 2002년 말 프로구단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표팀 소집기간을 이전보다 크게 줄였다고 말한다. 박주영을 비롯해 프로팀 선수들을 20일 팀 경기 출전을 위해 18일 되돌려보내기로 한 것도 프로팀을 배려한 조처라고 강조한다. 국제축구연맹(피파)이 정한 선수 차출 규정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 축구의 수준에서 피파 규정을 그대로 따른다면 당장 월드컵 예선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에는 소집기간이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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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구단쪽 입장 이해한다”=전문가들은 국제축구의 흐름으로 볼 때, 앞으로 대표팀 차출에 관한 구단의 발언권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서형욱 〈문화방송〉 축구해설위원은 “유럽의 경우 청소년대표팀 친선경기라면 클럽팀의 주전 선수를 부르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소집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합의를 협회와 구단 쪽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축구팬은 “구단의 자산인 선수는 대표팀 경기를 뛰면서 가치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며 “박주영이 수원컵에 출전할 수 있도록 협회와 클럽이 해법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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