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도 전문경영인도 아니어서 부적절”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무능과 비효율의 ‘금속 피로’에서 벗어날 기회를 또 놓치고 있다. 유상부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이 6일, 4년간 연맹을 이끌 차기 회장으로 곽정환 성남 일화 구단주를 추천하면서 프로축구의 개혁과 쇄신을 바라는 축구인들이 실망하고 있다. 11일 대의원 총회를 끝으로 떠나는 회장이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13개 구단 이사진의 의견 수렴은 배제됐다. 더구나 곽 구단주는 축구인 출신도 전문 경영인도 아니다. 그런데 왜 그가 회장 후보로 떠올랐는가? ◇ 현 연맹 집행부의 기획인가? 유 회장은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퇴임을 선언한 뒤 “후임 회장은 내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이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던 구단쪽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 개별 구단들은 만성적인 적자, 대표팀 차출로 인한 피해, 흥행 감소로 인한 마케팅의 어려움 등을 호소해 왔다. ‘사무총장과 사무국장 등의 물갈이’ 등 연맹 사무국의 체질개선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축구팬들은 당연히 돌파력과 감각, 참신성, 비전을 갖춘 후보를 고대해 왔다. 연맹 규약 자체도 ‘구단주만이 회장이 될 수 있다’라는 단서조항이 없어 외부 수혈도 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축구나 경영 마인드와는 관계가 먼 곽 후보가 추천됐다. 초대 세계일보 발행인 겸 사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국제문화재단 회장, 국제구호친선재단 회장,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세계회장, UPI 회장 등 10여개의 직함을 갖고 있다. 과연 그가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산적한 현안을 챙길 수 있을까? 실제 곽 구단주는 ‘통일교의 2인자로 문선명 총재처럼 여간해서는 만나기 힘든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 다른 구단 및 팬의 반응 각 구단 쪽은 6일 곽 구단주의 차기 회장 추천과 관련해 몸을 낮춰 일절 코멘트를 하고 있지 않다. 13개 구단주 가운데 한 명인데다, 언론사 관계자라는 점도 곽 구단주에 대한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잠복한 불만은 분명히 있다. 한 구단의 단장은 “얘기하기 거북하다”며 “그러나 11일 대의원 총회 투표 결과를 봐야 하지 않겠냐?”고 여운을 남겼다. 수도권의 한 구단 단장도 “뜻있는 이사들이 모여서 후보 추천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한 축구팬은 “곽 구단주가 특정 종교의 지도자라는 점도 큰 문제”라며 “이런 게 프로축구에서 팬들을 더욱 멀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축구야당’의 이중 기준? 한국프로축구의 향후 방향을 가름할 새 회장 선거에 ‘축구 야당’이 침묵을 지키는 것도 기이하다. 지난달 잇달아 만들어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한국축구연구소가 내건 대의명분은 ‘위기의 축구를 살리자’는 게 핵심이고, 고갱이는 프로축구의 활성화다. 그러나 프로축구의 가장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호 지도자협의회 회장은 곽 구단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축구협회가 연맹을 내각처럼 끌고 가는 것이 문제”라고 축구협회쪽만을 겨냥했다. 신문선 축구연구소 선임연구원도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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