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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17:58 수정 : 2005.02.17 17:58



쿠웨이트전 이후 언론 호평 이어져
축구인들 “불안감 여전‥갈길 멀다”

‘한국-체코 친선경기 0-5 패.’(2001년 8월15일)

‘한국-오만 아시안컵 예선 1-3 패.’(2003년 10월21일)

현재 국내 수비형 미드필더 가운데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김남일(28·수원)이 직접적인 패인을 제공했던 아픈 기억들이다.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팀은 체코 원정경기에서 잘 싸우다가 김남일의 어설픈 문지기 쪽 백패스로 실점한 뒤 급격히 무너졌다. 히딩크는 이 경기 뒤 ‘오대영(5-0) 감독’의 오명을 얻었다. 그럼에도 히딩크 감독은 ‘진공청소기’라는 별칭까지 붙여주며 김남일을 신뢰했고, 김남일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으로 대중적 스타로 떴다.

그러나 2004 아시안컵 예선 오만 원정경기에서 김남일의 백패스 악몽이 되살아났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15분 역시 느슨한 백패스가 잘리면서 ‘오만 쇼크’를 불러왔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축구팬들의 격렬한 비난에 시달렸고, 축구협회 상층부도 코엘류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2005년 2월9일 한국-쿠웨이트전. 김남일은 수비수들로부터 공을 받아 부챗살처럼 배분해주는 모래시계의 ‘허리’같은 구실로 2-0 승리를 도왔다. 그런데 경기 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차범근 수원 감독과 이용수 KBS 해설위원 등은 “김남일이 매우 훌륭하게 공·수를 연결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서현옥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매우 잘했다. 그러나 후반 중반 이후 패스 실책이 거슬린다. 강팀을 만났다면 매우 위험스러웠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당시 김남일은 전반 시작하자마자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어설픈 패스로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등 횡·백패스 때 실수가 많았다. 후반 들어서는 공을 빼앗겨도 상대 선수를 쫓아가지 못하는 등 문제를 드러냈다.


2005 A3 닛산 챔피언스컵에 출전 중인 김남일은 1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남일은 “옛날에는 무식했는데, 지금은 노련해졌다”며 스스로 성장했음을 밝혔다. 시야가 트이면서 동료가 좀더 잘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축구인들의 생각이다.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한 원로 축구인은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게 원래 어려운 자리”라며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를 없애기 위해 경기 집중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근 언론이 무차별적으로 띄워주는 분위기에 취하는 것은 독을 먹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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