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2 17:03
수정 : 2019.04.22 19:02
마흔네살인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골프대회 제패를 둘러싼 이야기는 좌절을 딛고 일어선 한 인간의 성공담으로 채워져 있다. 스포츠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복귀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번의 허리수술과 어깨와 무릎 이상, 성 추문과 약물 논란으로 오랜 기간 바닥으로 추락했던 터라 그의 메이저대회 우승 감동은 컸다.
언론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마리나 하이드는 우즈의 마스터스 제패 뒤 이틀간 무작위로 587건의 기사를 검색한 결과 대부분 ‘구원’ 담론에 초점이 모였다고 밝혔다. 죄를 짓고 용서를 받는 종교적인 용어를 통해 우즈의 부활을 설명하는 게 주조라는 얘기다. 백인 중심의 보수적 전통을 지닌 마스터스 골프장 문화의 특수성까지 더해 도덕적 측면은 더 도드라진다. 그러나 하이드는 인종차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상황에서 우즈가 구원된 게 아니라 “우즈가 보복했다”고 봤다.
구원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남녀 차별의 관점에서 우즈의 부활을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뉴욕 타임스>의 린지 크라우스는 우즈가 온갖 추문에도 마스터스 우승을 통해 영웅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여자 운동선수와 비교할 때 천양지차라고 비판한다. 2000년 시드니 등 세차례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의 육상선수 수지 페이버 해밀턴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성 일탈이 알려져 후원사는 물론 명예마저 잃은 사례를 들었다.
국내에서도 우즈는 인간승리의 인물로 묘사된다. 미국프로골프투어 통산 81승을 일군 우즈는 메이저 우승 횟수에서도 잭 니클라우스(18승)를 바짝 쫓고 있다. 올해 피지에이 챔피언십(5월), 유에스오픈(6월), 브리티시오픈(7월) 무대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우즈는 골프를 젊고 활기찬 대중의 스포츠 이미지로 만들었다. 이번 마스터스 대회 우승 현장의 열광을 보면 그는 흑백의 경계를 뛰어넘은 스타다. 물론 우즈는 과거 마스터스 골프장의 흑인 출입 금지의 역사를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했고 1997년 흑인 최초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즈는 정치적으로 비칠 언행을 조심하지만, 그를 둘러싼 다양한 얘기는 계속 나올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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