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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07 05:46 수정 : 2017.08.07 20:31

김인경이 6일(현지시각) 2017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누리집

18언더파로 2위 새도프 2타 차 따돌려
데뷔 첫 메이저 우승 감격
5년 전 ‘30㎝ 퍼트 실수’ 악몽 떨궈
한국 선수 4주 연속 우승 쾌거
시즌 4대 메이저도 한국인 차지

김인경이 6일(현지시각) 2017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누리집
마지막 18번홀(파4·388야드). 두번째샷(아이언)으로 공을 가볍게 그린 위에 올린 김인경(29·한화)은 밝은 미소를 띤 채 갤러리의 환호를 받으며 그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위와 2타 차 단독선두. 쓰리(3)퍼트를 해도 우승이 확정되는 여유 있는 상황. 5년 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지막 18번홀에서 30㎝의 파 파트를 놓쳐 생애 첫 ‘메이저 퀸’ 자리를 허망하게 날려버인 악몽은 더이상 되풀이 되지 않았다. 그는 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놓쳤으나, 깔끔하게 파로 마무리하며 미소지었다.

김인경(29·한화)이 ‘인고의 5년 세월’을 견뎌낸 끝에 마침내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6일(현지시각)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인근 파이프의 킹스반스골프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총상금 325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다. 김인경은 이날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65+68+66+71)를 기록하며 잉글랜드의 조디 이와트 새도프를 2타 차 2위로 따돌리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5억5000만원).

김인경은 미국 투어 선수로는 맨먼저 시즌 세번째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그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가 최근 4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코리안 강세가 이어졌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올해 22개 투어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12개나 수확했다. 2015년 세운 최다승(15승) 기록을 경신할 날도 머지 않았다. 또 올해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한국인(재미동포 포함)이 우승하는 진기록도 나왔다. 에이엔에이(ANA)의 유소연, 케이피엠지(KPMG) 위민스 피지에이(PGA) 챔피언십의 대니엘 강, 유에스(US)여자오픈의 박성현에 이어 김인경이 메이저 퀸이 된 것이다. 이제 9월14~17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5의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마저 한국 선수들이 차지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2003년과 2004년 국가대표를 거쳐 2006년 퀄리파잉(Q) 스쿨 공동 1위에 입상하며 미국 투어에 입문한 김인경은 통산 7승째를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했다. 올해는 앞서 6월2일 숍라이트 엘피지에이 클래식, 7월20일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1988년생인 김인경은 신지애, 박인비와 동갑내기로 박세리 키즈다.

김인경이 6일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골프링크스에서 열린 2017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아이언샷(4번홀)을 하고 있다. 파이프/AFP 연합뉴스
김인경은 지난 2012년 4월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내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30㎝(1피트) 남짓 퍼트를 실수해 우승을 놓친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퍼터로 친 공이 어이없게도 홀컵을 돌아 튕겨나오며 보기를 범했고, 결국 유선영과 연장전을 벌여야 했고 고배를 마셨다.

이는 이후 두고두고 그에게 아픈 상처를 남겼다. 연장전에서만 5번 모두 패하는 불운이 계속됐다. 그러나 지난해 레인우드 엘피지에이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한국 나이로 30살인 올해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며 꽃피우고 있다.

김인경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그때(5년 전) 짧은 퍼트를 놓친 덕에 이제는 짧은 퍼트는 거의 놓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이날 2위에 6타 차로 앞선 가운데 4라운드를 시작했고, 1번홀(파3)부터 버디를 잡아내는 등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후 길고 짧은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살짝 비켜가며 애를 태워야 했다. 그러나 샷은 안정적이었고, 그린을 벗어난 경우는 몇번 없었다. 8번홀(파5)에서 이날 두번째 버디를 잡아냈으나 9번홀(파4)에서 처음으로 보기를 기록했다. 이후 새도프가 힘을 내며 2타 차까지 김인경을 압박했다.

그러나 김인경은 후반 9개홀을 모두 파로 처리하며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특히 더블보기를 양산하는 마의 17번홀(파4·414)에서 179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클럽으로 해저드를 넘어 그린 위에 공을 올린 뒤 파를 기록하며 위기를 넘겼다. 이 샷은 ‘샷 오브 더 데이’(Shot of the Day)로 선정됐다.

김인경은 2015년 1월부터 한화골프단 소속으로 활동중이다. 한화 골프단에는 김인경을 비롯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김지현 등이 소속돼 있다. 한화 제공
김인경은 18번홀 파퍼트를 마친 뒤 전인지로부터 맨먼저 축하를 받았으며 둘은 서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그는 “코스 곳곳에 리더보드가 많아 2타 차까지 쫓긴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 침착하게 파를 지켜나간 게 우승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는 신지은(25)이 6위(12언더파), 김효주(21)가 공동 7위(11언더파)로 선전했다. 박인비(29)는 이날 1타도 줄이지 못해 공동 11위(10언더파)에 만족해야 했다. 박성현(24)은 공동 16위(8언더파),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은 공동 43위(4언더파).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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