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10 10:23
수정 : 2017.04.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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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가르시아가 9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2011년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우상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떠올리는 듯하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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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연장전 우승
버디 잡으며 보기 그친 동갑내기 로즈 제쳐
74개 대회 만에 메이저 첫 정상 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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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가르시아가 9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2011년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우상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떠올리는 듯하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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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동안의 기다림, 그리고 무려 74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 끝에 ‘그린 재킷’을 입게 된 사나이. 스페인이 낳은 ‘불운의 골프 천재’ 세르히오 가르시아(37)다. 그가 ‘골프 명인들의 열전’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메이저 대회 첫 우승 한을 풀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0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 가르시아는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71+69+70+69)를 기록해 라이더컵 유럽팀 동료 저스틴 로즈(37·잉글랜드)와 공동선두로 마친 뒤, 18번홀(파4)에서 치러전 연장 첫 대결에서 3.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먼저 보기로 홀아웃한 로즈를 제치고 ‘메이저 대회 무관’ 꼬리표를 뗐다. 우승상금 198만달러(약 22억6000만원).
가르시아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1996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처음 도전한 이후 햇수로 22년째이며, ‘73전74기’로 이뤄낸 쾌거다. 1999년 프로로 전향한 뒤로는 이번이 71번째 메이저 대회 출전이었다. 그동안 톱10에는 메이저에서 22번이나 들었다. 그는 세베 바예스테로스(1980, 1983년),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1994, 1999년)에 이어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세번째 스페인 선수가 됐다. 그것도 자신의 우상으로, 이미 2011년 고인이 된 골프 전설 바예스테로스의 60회 생일날. 경기 뒤 가르시아는 “나의 두 우상인 세베, 호세에 가세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그는 지난해 1승을 포함해 통산 9승을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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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히오 가르시아가 9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4라운드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을 확정지은 뒤 좋아하고 있다. 오거스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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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는 1990년대 후반 혜성처럼 나타났다. 1999년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로는 최고 성적인 공동 38위에 오른 뒤 프로로 전향했고, 그해 메이저 대회인 피지에이 챔피언십에서는 우승 문턱까지 갔으나 아쉽게 2위를 했다. 이때가 19살이었고 골프계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위협할 신동이 나타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메이저 대회에서는 늘 불운이 따랐다. 특히 2007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연장전 끝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2008년 피지에이 챔피언십 공동 2위, 2014년 브리티시오픈 공동 2위 등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만 4번이나 했지만 우승과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가르시아는 이번에도 자칫 우승을 놓칠 뻔했다. 14번홀(파4) 버디와 15번홀(파5) 극적인 이글로 선두를 달리던 로즈와 9언더파 공동선두를 이뤘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2m 거리의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쳐 우승이 또 멀어져 가는가 싶었다. 그러나 18번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먼저 티샷을 한 로즈의 공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승기를 잡았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15번홀 이글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것은 1994년 올라사발 이후 23년 만이어서 더욱 뜻깊다. 192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친 샷이 깃대를 맞고 옆으로 튀어 핀 4m 부근에 붙었고, 이글 퍼트를 보란 듯 성공시킨 것이다. 경기 뒤 가르시아는 “15번홀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은 내 생애 최고의 샷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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