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03 11:36
수정 : 2017.04.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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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이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에이엔에이(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대회 전통에 따라 ‘포피의 연못’에 뛰어들어 캐디와 손을 잡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랜초미라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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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ANA 인스퍼레이션 짜릿한 역전드라마
14언더파로 렉시 톰슨과 공동선두 뒤
연장 첫홀에서 버디로 2년8개월 만의 우승
세계랭킹 2위…시즌 상금 1위 등도 지켜
톰슨, 전날 퍼트 때 공 잘못 놓아 4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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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이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7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에이엔에이(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대회 전통에 따라 ‘포피의 연못’에 뛰어들어 캐디와 손을 잡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랜초미라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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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첫번째 홀. 1.5m 남짓 거리의 어려운 내리막 버디 퍼트가 홀로 쏙 빨려 들어가는 순간, 유소연(27·메디힐)은 감격의 눈물을 글썽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최근 2년7개월 동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묵묵히 그리고 뚜벅뚜벅 걸어온 투어의 길이었기에 그럴 만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그에게도 짜릿한 우승이 찾아왔고, 2017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퀸 등극의 기쁨을 맛봤다. 경기 뒤 그는 “우승을 너무나 갈망했다”며 좋아했다. 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컨트리클럽 다이너쇼어코스(파72·6763야드)에서 열린 2017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이엔에이(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 유소연은 18번홀(파5·497야드)에서 멋진 칩샷으로 공을 핀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68+69+69+68)를 기록하며 미국의 렉시 톰슨(22)과 공동선두로 마친 뒤,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에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40만5000달러(4억5000만원).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잡아낸 게 역전우승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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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이 에이엔에이(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랜초미라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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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은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그린에서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나에 대해 ‘잘하는 선수이지만 우승을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12번홀까지 17언더파 단독선두를 질주하던 톰슨이 13번홀 플레이를 앞두고 4벌타를 받은 게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톰슨은 전날 3라운드 17번홀(파3·171야드)에서 퍼트에 앞서 볼마크를 한 뒤 공을 원래 위치에 놓지 않고 홀 쪽으로 약간 앞으로 갖다 놓은 사실이 시청자 제보에 따라 방송 중계 화면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고, 4라운드 도중 경기위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4벌타를 먹고 말았다. 퍼트에 앞서 공을 잘못 놓은 게 2벌타, 이로 인해 스코어를 잘못 적은 게 2벌타였다. 이후 톰슨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5m 남짓 거리의 이글 퍼트 상황에서 공이 홀 바로 앞에서 살짝 비껴가며 우승 기회를 놓쳤고, 결국 유소연한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유소연은 경기 뒤 이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홀 그린 부근 ‘포피의 연못’에 어머니, 여동생, 캐디 등과 함께 퐁당 빠지는 세리머니를 한 뒤 “원래 찬물로 샤워하지 않지만, 이런 것이라면 100번이라도 할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1.5m 버디 퍼트로 우승을 확정한 상황에 대해서도 “손이 떨리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수천번이나 연습한 퍼팅이니 넌 할 수 있어’라고 자신을 타일렀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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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앞쪽)이 에이엔에이(ANA) 인스퍼레이션 우승 뒤 캐디(왼쪽부터), 어머니, 여동생, 에이전트와 함께 ‘포피의 연못’이라 불리는 연못에 뛰어들며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랜초미라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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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은 2011년 유에스(US)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 감격을 누린 이후 메이저 대회 2승째를 올렸고, 미국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제이미 파 털리도 클래식, 2014년 8월 캐나다여자오픈에서도 우승한 바 있다.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은 2위가 됐고, 시즌 상금랭킹과 평균타수 1위도 지켰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시즌 7개 투어 대회에서 5번째 우승을 가져오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앞서 장하나가 호주여자오픈, 양희영이 혼다 엘피지에이 타일랜드, 박인비가 에이치에스비시(HSBC) 위민스 챔피언스, 이미림이 기아(KIA) 클래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 2013년 박인비에 이어 유소연이 4번째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가 정상에 올랐다. 이날 박인비와 호주동포 이민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나란히 13언더파 275타 공동 3위에 올랐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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