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3 17:48
수정 : 2016.10.13 21:48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뒤 공식 은퇴식
“축복 받으니 너무 행복하고 복 받은 사람 같다”
전인지 “실감 안나, 다음 대회 나가면 계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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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열린 은퇴식에서 동료들의 격려 메시지가 담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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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활을 공식 마감하는 고별 라운드. ‘골프여왕’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는 1번홀(파4·383야드) 출발 전부터 티박스 부근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열성 팬들은 “박세리 사랑해”라고 적힌 수건을 들어 보이며 그런 그를 응원했다. 이미 지난 7월 유에스(US) 여자오픈을 끝으로 투어 출전을 접었으나,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의 배려로 국내 팬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샷을 선보이는 무대였기에 애틋했다.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6316야드)에서 열린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우승상금 30만달러) 1라운드가 박세리의 은퇴 무대로 장식됐다. 평일인데도 수천명의 갤러리가 몰려들어 박세리를 지켜봤다. 그동안 골프채를 거의 잡지 않았기 때문인지 박세리는 1번홀(파4·383야드) 드라이버샷에서 스윙 템포가 빨라 샷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바람에 러프로 들어갔고, 보기를 기록했다. 전반 9홀에서 보기 4개를 기록했으며, 10번홀부터 5홀 연속 보기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지만 15번(파4·275야드)에서 기어코 첫 버디를 잡아냈다. 결국 8오버파 80타를 기록해 78명 중 최하위인 공동 76위로 끝냈다. 그의 마지막 라운드 동반자는 장타자 펑산산(27·중국)과 렉시 톰슨(21·미국)이었다.
마지막 18번홀(파5·500야드). 그린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의 성원 속에 박세리는, 대전 유성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아버지 박준철씨의 권유로 시작한 25년 남짓 골프인생을 마감하는 파 퍼트를 했다. 정들었던 그린에 작별을 고하는 퍼트였다. 퍼트 뒤 웃으며 왼손을 들어 갤러리의 박수에 답했으나, 그린을 나가면서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펑산산, 전인지, 박성현 등과 잇따라 포옹하며 서로 등을 두들겼고, 전인지 등 세리 키즈들도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을 골프로 인도했던 골프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아쉬워했다. 경기 뒤 18번홀 그린 주변에서는 팬들와 함께하는 ‘열린 은퇴식’이 열렸다. 은퇴식에서는 인기가수 손승연과 리틀엔젤스합창단이 ‘상록수’를 부르는 가운데 골프장 쪽에서 마련해준 박세리 선수 시절 동영상이 상영됐다.
박세리는 “은퇴하는데 이렇게 축복 받으니 너무 행복하고 복도 많은 사람 같다”며 “앞으로 부족한 제가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전인지는 “세리 언니 은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다음 대회에 나가면 계실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박인비도 이날 은퇴식에 나타나 “저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응원해드리겠다”는 감사의 카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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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1998년 7월6일(현지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에서 열린 유에스(US) 여자오픈 연장 라운드에서 18번 러프샷을 치기 위해 물속에 들어가 캐디 제프 케이블한테서 골프채를 건네받고 있다. 콜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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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1996년 프로 전향 뒤 1997년 말 퀄리파잉스쿨 수석합격을 통해 이듬해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 공식 데뷔했고, 그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엘피지에이 챔피언십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로 일궈내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어 유에스 여자오픈에서는 공이 워터해저드에 빠지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샷을 하는 등 이른바 맨발투혼을 선보이며 다시 챔피언에 올라 당시 구제금융사태(IMF)로 어려움을 겪던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특히 타이 출신 아마추어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4라운드 공동선두로 마친 뒤 다음날 하루 18홀 연장을 치르고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2홀 더 연장을 치른 뒤 우승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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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2007년 12월12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오거스틴의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서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오거스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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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는 그해 4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2010년 벨 마이크로 엘피지에이 클래식 우승까지 통산 25승을 올렸다. 메이저대회에서는 맥도널드 엘피지에이 챔피언십에서만 3차례, 유에스여자오픈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각각 한 차례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만 우승을 하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달성하지 못했다. 또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카리 웹(호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전성시대와 시기가 겹치는 바람에 올해의 선수와 시즌 상금왕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1998년 신인상, 2003년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 2006년 헤더 파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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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에서 열린 2016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5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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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은퇴와 관련해 마이크 완 엘피지에이 커미셔너는 “20년 전만 해도 골프는 특정 지역에서만 즐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박세리 이후로는 여자골프가 세계적인 스포츠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 지역 골프 발전에 기여한 그의 공적을 인정했다. 영종도/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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