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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6 11:57 수정 : 2016.09.27 22:30

아널드 파머, 87살에 심장 질환으로 별세
메이저대회 7승, PGA 투어 62승 올린 거장
카리스마에 공격적 플레이로 수천 광팬 몰고다녀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전인지에 축하 이메일도

아널드 파머가 2004년 4월9일 마지막으로 출전한 마스터스 토너먼트 경기를 마친 뒤 18번홀 그린에서 갤러리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있다. 조지아/로이터 연합뉴스
“그가 몹시도 그립다. 우리는 골프게임과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놀라운 사람 중 한 명을 잃었다. 아널드는 골프게임을 초월한 인물이며, 골퍼 아니 위대한 골퍼 이상이다. 그는 아이콘이고, 전설이다.”

1960년대를 전후해 ‘아니의 군대’(Arnie’s army)라는 수천명의 광적인 팬들을 몰고 다니며 골프계를 풍미했던 ‘골프전설’ 아널드 파머(미국). 그가 25일(현지시각) 87살의 나이에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와 동시대를 살며 역시 거장으로 우뚝 섰던 잭 니클라우스(76·미국)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애도했다.

192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러트로브에서 골프장 관리인의 아들로 태어나 20세기 최고 골퍼 중 한 명으로 위대한 족적을 남긴 파머는 피츠버그의 한 병원에서 심장질환으로 이 세상과 결별했다. <비비시>(BBC) 등 외신들은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보도를 인용해 일제히 이 사실을 알렸다. 미국골프협회(USGA)도 트위터를 통해 파머를 “가장 위대한 골프 앰배서더(대사)”라고 기리며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또한 트위터를 통해 “아널드 당신의 우정, 상담, 그리고 많은 웃음에 감사한다. 당신의 자선활동과 겸허함은 당신의 전설의 일부였다”고 애도했다.

아널드 파머(오른쪽)가 1972년 7월31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내셔널 챔피언십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1954년 유에스(US) 아마추어골프 챔피언십 우승 뒤 프로로 전향해 이듬해 프로 무대에 데뷔한 파머는 캐나다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미국 등 세계 프로골프 무대에서 통산 95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62차례 정상에 오름으로써, 샘 스니드(2005년 사망·미국)와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 벤 호건(1997년 사망·미국)에 이어 5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7승을 올렸다. 1958년부터 2년 간격으로 4차례나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했다. 디오픈에서는 두 번, 유에스오픈에선 한 번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다. 피지에이 챔피언십에서 아쉽게 3번이나 2위로 밀리는 등 우승과 인연이 없어 그랜드슬램은 달성하지 못했다. 1964년 마스터스 우승이 그의 메이저 대회 마지막 우승이었다. 1974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부터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시타를 해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어깨 부상을 이유로 10년 만에 시타에 나서지 못했다.

아널드 파머(왼쪽)가 1960년 9월9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컨트리클럽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과 동반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피츠버그/AP 연합뉴스
멋진 외모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낸 파머는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의 플레이로 팬들을 끌어모았다. 그런 모습이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 중계되면서 골프 대중화에 선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람들은 60대 타수를 치는 파머보다, 80대 타수의 파머를 더 보고 싶어했다. 그의 팬들은 ‘시끌벅적한 무리’가 돼 그를 따랐고, ‘아니(파머의 애칭)의 군대’가 됐다.” <비비시>는 이렇게 파머의 인기를 상기시키면서 “파머가 공은 강하게 쳤지만, 편안하고 친숙한 성향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고 했다. 파머는 특히 퍼팅이 과감해 공이 핀을 지나가도록 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두려움 없는 플레이로 사랑을 받았다.

파머는 이른바 평범한 시골 출신의 ‘흙수저’로 아메리칸드림의 고전적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됐지만 골프게임 때 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친숙함을 잃지 않는 등 겸손한 삶으로 귀감이 됐다. 그래서 ‘필드의 신사’라는 별명도 얻었다. 골프 외에도 골프 의류와 용품 사업에도 나섰고, 전세계에 300개 이상의 골프코스를 설계했다. 미국 플로리다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한 ‘아널드 파머 메디컬센터’도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미국프로골프 투어 대회(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도 개최해왔다. 그의 애칭은 ‘더 킹’(the King)이다.

아널드 파머가 지난 19일 전인지의 에비앙 챔피언십 21언더파 우승 대기록을 축하한다고 보내준 이메일.
파머는 지난 19일에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라는 남녀 메이저 대회 통틀어 최다 언더파 대기록으로 우승한 전인지에게도 이메일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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