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22 10:37
수정 : 2016.08.22 17:09
윈덤 챔피언십 21언더파로 데뷔 첫 우승
최경주 등 이어 한국인 5번째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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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가 21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세지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우승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그린즈버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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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엄청 나가요. 지난 7월 미국 현장에서 봤는데 파5홀에서 362야드를 날리더라고요. 뒷바람이 좀 있었지만. 더스틴 존슨은 386야드였고….”
22일 김시우(21·대한통운)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데뷔 첫 우승 소식이 알려진 뒤, 씨제이(CJ) 관계자는 이렇게 그의 장점을 설명했다. “중학교(육민관중) 때는 아마추어 대회 나오면 거의 우승을 휩쓸더라고요.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었는데, 아버지가 일찍 미국 무대로 보내겠다고 판단해 고2 때 미국프로골프 투어 문을 두드렸죠.”
실제 안양 신성고 2학년 때(만 17살)인 2012년 말 미국프로골프 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도전해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곤 2013년 본격적으로 미국 정규 투어에 나섰다. 그러나 나이가 문제가 됐다. 생일이 6월28일이어서 시즌 초반 만 18살이 되지 않아 정규 투어에 나설 수 없게 된 것. 시즌 초 초청대회에 한 번 나갔을 뿐 결국 그해 후반 7개 투어 대회에 나갔으나 자신감·경험 부족으로 모두 컷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10대의 어린 천재였지만 강자들이 즐비한 그곳은 너무나 힘겨운 무대였다.
이후 2014년부터 2부 투어(웹닷컴 투어)로 추락해 2년 남짓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각고의 노력 끝에 이번 시즌 다시 정규 투어로 올라섰고, 지난 7월 바바솔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당시 우승 문턱에 갔다가 아쉽게 연장전에서 지고 말았다.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21일(현지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 세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7127야드)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총상금 560만달러) 4라운드에서 김시우는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68+60+64+67)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를 5타 차이로 따돌렸다. 우승상금 100만8000달러(11억3480만원). 이로써 미국프로골프 투어 한국인 챔피언은 최경주, 양용은, 배상문, 노승열에 이어 김시우까지 5명으로 늘어났다. 세계 115위로서 차지한 우승이었기에 더욱 뜻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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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가 21일(현지시각)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4라운드 16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그린즈버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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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김시우는 “어제 많이 긴장했다. 정상급 선수들이 다 (순위표 상단에) 올라와서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잘 이겨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10번홀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보기 3개를 했지만 다른 선수들도 (이 날씨면) 보기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18번홀에서는 대회 최소타 기록을 의식해 버디를 노리고 쳤다”고 했다. 또 그는 “그동안 고생을 다 보상받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2년 투어 카드를 보장받은 게 기분 좋다”고 했다.
김시우는 “골퍼가 안 됐으면 축구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축구광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열혈팬이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한다. 골프장 밖에서는 승마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의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 특히 마스터스 그린재킷”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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