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7 14:15
수정 : 2016.07.27 20:44
LPGA 은퇴 뒤 국내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
리우올림픽 때 지도자로서 첫 출발
“후배 우산될 수 있는 지도자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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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27일 서울 중구 명동 케이이비(KEB) 하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6 리우올림픽 여자팀 감독으로서 임무와 목표, 골퍼로서 은퇴 뒤 행보에 대해 밝히고 있다. KEB 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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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최근 국내로 돌아온 ‘골프여왕’의 기자회견에 취재진이 북새통처럼 몰려들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기자회견 하는 것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것 같은데…, 3년 전 선언은 했지만 은퇴가 실감나지 않네요.”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입장한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는 이런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이제 골프선수가 아닌 다른 모습의 박세리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에 있는 집까지 정리하고 국내 복귀한 박세리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케이이비(KEB)하나은행 본점 4층 대강당에서 국내 취재진을 위해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에 관한 소회, 2016 리우올림픽 한국여자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임무와 목표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리우올림픽에서 지도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만큼, 이에 대한 질문부터 쏟아졌다. ‘최상의 시나리오가 뭐냐’는 질문에 박세리는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이 금·은·동을 모두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조심스러운 게 있다. 선수들은 금이 아니어도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잘했을 때보다 최선을 다하고 돌아왔을 때 선수들을 안아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박세리는 “감독으로서 최우선으로 선수들 안전에 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리우는) 지카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안전성이 안 좋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안전성에 대해 조언도 많이 했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한국 선수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와 그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을 피해갔다. “특정하게 꼽아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성적이 상승하는 컨디션이다. 한 선수 한 선수 장점을 꼬집어 말할 수 없다.” 그러면서 그는 “뉴질랜드의 리디아 고(19)가 굉장히 상승세다. 그 선수가 제일 (한국 선수들의) 라이벌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이번 올림픽 골프 코스 특징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다. “코스 답사를 가려 했으나 브라질 쪽에서 준비가 안 돼 못 갔다. 그러나 8월이면 브라질은 겨울이고,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더라. 링크스코스라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을 텐데, 바람에 잘 적응하는 선수가 잘할 것 같다.” 열악하다는 올림픽 선수촌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 초 리우올림픽 관련해 대한골프협회와 의견을 나누고 상의했다”며 선수들을 위해 골프 코스 인근에 아파트를 얻어놨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에게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박세리는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선배, 의지할 수 있는 언니 같은, 골프에 관해서는 모든 후배들에게 우산이 돼 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은퇴와 관련해 “3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고, 3년 동안 많이 보고 배우고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박세리 1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박인비, 그리고 다른 선수가 이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선배로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방향을 찾아주고 싶었다.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 그런 노력을 많이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도자 박세리가 어색할 수 있을 텐데, 선수로서 리우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냐’는 질문도 나왔다. 박세리는 이에 대해 “선수 박세리가 솔직히 익숙해져 있다. 솔직히 지도자 박세리는 어색하다. 골프채 내려놓은 지 3주 됐는데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리우 욕심은 났었다. 욕심 내보기도 했지만, 출전할 자리가 있어도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싶었다. 미래성을 봐서 후배에게 양보하고 싶었다. 감독으로 올림픽 가게 돼 뜻깊고 영광스럽다. 선수 못지 않은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라고 했다.
골프와 골프선수로서의 30년에 대한 생각도 자세히 밝혔다. “골프는 저한테는 꿈이었던 것 같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무엇을 하고 싶었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고, 목표가 무엇인지 만들어졌다.” 골프 선수생활에 대한 점수를 얼마나 주고 싶냐는 질문에는 “A+ 이상은 되는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골프를 통해) 희생보다는 정말 많은 걸 얻는 것 같다. 첫 번째는 도전하고 성공이 돌아왔다. 끊임없는 도전에 성공을 이뤘다. 골프선수로서 30년 좀 못 미쳤지만 많은 걸 배웠다.”
박세리는 “(골퍼로서) 정말 힘들었다”면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이기고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게제일 중요하고 키포인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 못한 게 제일 아쉽다고 했다. ‘다시 태어나도 골프선수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다시 할 것 같다. 다음 생애에는 여자 선수가 아닌 남자 선수로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활동에 대해서는 후배들을 돕겠다고 했다. “미국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돌아왔다. 이제는 선수 박세리보다는 또 다른 박세리에 대한 부담 크다.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골프와 관련해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준비할 것이다. 필드에서 보지는 못하지만 자주 볼 것이다. 이제 잘 부탁드린다.”
현재 공석인 한국여자프골프협회(KLPGA) 행정 관여에 대해서는 엄격히 선을 그었다. “제가 맞는지 모르겠다. 저 아니어도 좋으신 분이 있다. 저한테 이른 자리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더 쌓아가야겠다.” 후배들에 대해서는 골프만 하지 말고 다른 것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가) 풍요롭지 않았던 어렸을 때는 운동선수 하게 되면 모든 걸 운동에만 쏟아부었다. 지금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솔직히 운동뿐 아니라 학업 등 다방면으로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면에서 잘하는 선수가 낫지 않을까. 학업에 더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더 많은 생각이 든다.”
박세리는 라운드하고 싶은 프로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분들이 저와 하고 싶어한다. 골프는 저한테 직업이고 모든 것이었다. 전 골프를 안 칠 것 같다. 골프를 누구랑 친다고 하면 선택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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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27일,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케이이비(KEB) 하나은행 챔피언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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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케이이비 하나은행은 이날 박세리를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케이이비하나은행 챔피언십 2016’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박세리는 “홍보대사로서 골프 발전을 위해 힘이 되고 싶다. 홍보대사가 된 것은 또다른 배움의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회는 박세리의 고별무대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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