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3.17 18:55
수정 : 2016.03.17 18:55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제가 가진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내년에 대회 수를 6개 늘려 18개로 만들겠습니다.”
지난해 11월28일, 스폰서난으로 허덕이고 있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제17대 회장 선거에 단독출마해 당선된 뒤 그는 이렇게 큰소리쳤다. <한국방송>(KBS)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이 방송사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이명박(MB) 정권 때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과 한국케이블티브이(TV)방송협회 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이렇게 자신했다. 지상파 방송 사장, 광고주협회 사람들과의 두터운 인적 관계도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프로골프 투어 시즌이 임박했는데 그가 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완전 빈손이었다. 올해 대회 출전을 벼르던 남자프로골프 선수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에 앞서 막대한 재력을 갖춘 건설회사 회장이 자신의 회사가 개최할 2개 대회를 포함해 9개 대회를 신설하고, 40억원의 발전기금도 내놓겠다고 공약했던 터이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회장 선거에 앞서 중도사퇴했기에 더욱 그러하다.
양휘부(73)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얘기다. 그는 17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취임 당시 대회 수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송구스럽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와 같은 12개 대회를 개최한다”고 꼬리를 내렸다. 양 회장은 그러면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기는 하지만 기존 스폰서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국순회투어 출범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엉뚱하게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양 회장은 부산, 대구, 경기, 전북, 제주 5개 자치단체장과는 이미 두 차례 이상 만나 의견을 나눴으며, 지역 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스폰서십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 성사될지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11월 회장 선거가 있기 전, 애초 양 회장은 후보에 거론되지도 않았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몇몇 젊은 프로골퍼들이 공영방송 출신 양 회장을 적극 추대하기로 하면서, 김 회장은 돌연 사퇴하고 말았다. 김 회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다짐하며 골프에 대한 애정만으로 기업인들과 뜻을 함께해 협회장 출마를 결심했었다. 그러나 협회 운영에 대해 불신과 갈등이 크고 선거 과정에서 특정 집단 간 대결 구도로 변질돼 선거가 진행될수록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고 사퇴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양 회장의 당선은 곧바로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가 당선되면서 남자프로투어 대회 개최를 고려하던 국내 유수의 금융그룹의 관계자는 이를 포기한다고 했고, 지난해까지 두 차례나 투어 대회 스폰서로 나섰던 바이네르 쪽도 결국 올해 대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력이 있는 건설사 회장이 출마하겠다는데, 양 회장이 느닷없이 나서면서 프로투어 선수들 사이의 이전투구 양상이 되자 등을 돌린 것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지난해(29개)보다 4개나 늘어난 33개가 열린다. 12개에 머물고 있는 남자프로골프는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과욕이 빚어낸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