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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10 21:02 수정 : 2015.12.11 08:35

“내년엔 2승 이상 해야죠.” 안신애가 11~13일 중국 하이난섬 하이커우의 미션힐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15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출전을 앞두고 지난 9일 클럽하우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대회는 내년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이다. 갤럭시아에스엠(SM) 제공

[통통 스타]
프로골퍼 안신애

대화를 시작한 이후, 그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이 선수, 이렇게 말을 잘했나? 청산유수다. 받아 적기도 힘들다. 한마디 한마디 의미가 있다. ‘생얼’(민낯)로 나왔는데, 골프장에서 모자 쓰고 샷을 하던 모습과는 색다른 이미지다. 발랄하고 거침이 없다. “기자님, 일찍 오셨네요. 제가 맛난 점심 쏠게요.” 지난 11월30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 그와의 유쾌한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올해 오랜만에 우승한 뒤 달라진 것은 우선 마음이 편해졌다는 거예요. 선수로서 항상 ‘시드’ 걱정이 있었는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통통 튀는 패션과 치장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안신애(25·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 그에게 2015년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해였다. 2010년 데뷔 첫 우승을 포함해 2승을 기록한 뒤 5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실력파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 안신애는 이븐파(71+73타)로 부진해 턱걸이로 컷을 간신히 통과했다. 선두와는 무려 10타 차. 그러나 3라운드 4위(3언더파)로 껑충 뛰더니, 4라운드 이정민·이민영·서연정과 공동선두(8언더파)로 마치며 연장전에 돌입한 뒤 우승 감격을 맛봤다. 골프계 말 그대로 ‘그분이 오셨다’. 신들린 듯한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 바로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경쟁자들을 한명씩 한명씩 떨궈냈다.

2010년 우승으로 그동안 투어 시드가 보장됐지만 올해 초 오른 무릎 부상으로 투어 대회에 3분의 1 정도밖에 출전하지 못해 내년 시드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 대회 우승으로 시드 걱정도 말끔히 사라졌다. 시즌 상금순위 18위(2억6000여만원). 2011년 22위, 2012년 61위, 2013년 39위, 2014년 37위로 들쭉날쭉한 것에 비하면 매우 좋아졌다.

초3때 뉴질랜드로 골프 유학
“LPGA 꿈꾸며 영어 배웠지만
한국이 그리워서 돌아왔죠”

5년만에 국내 메이저대회 우승
“우선 마음이 편해졌어요
항상 시드 걱정이 있었는데…”

‘포기않고 한샷 한샷’ 좌우명
“1승 했으니 내년엔 2승 이상
부상없이 많은 대회 나설게요”

“선수들이 투어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은 사람들이 보지 않아요. 우승 하나하나에만 관심이 있고, 1등밖에 기억하지 않는 스포츠계죠. 그동안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부족한 면도 있었고…. 우승한 이후 저에 대한 편견을 떨쳐버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안신애는 “우승이 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했는데 월등히 잘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은 정말 짜릿했다”고 회고했다.

안신애 프로필
골프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때 작은아버지가 살던 뉴질랜드로 놀러 갔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뉴질랜드로 골프 유학을 떠났고, 4년 동안 그곳 국가대표로 생활한 뒤 고2 때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엘피지에이(LPGA)에 가고 싶은 꿈이 있어 골프와 영어를 배웠어요. 어떻게 보면 미국에 갈 기회가 많았는데, 한국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왔어요.”

안신애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은 뭘까? “피칭부터 8번 아이언까지 쇼트 아이언을 잘 칩니다. 어릴 적부터 쇼트 아이언을 좋아했어요. 드라이버샷 비거리는 기록상 230야드로 좀 짧은데 더 늘려야 할 것 같아요.” 투어 8년차로 후배들이 강자로 우글거리는 국내 투어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친다. “투어는 나이랑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자기관리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줄리 잉크스터(미국)처럼….”

그에게 국내 투어는 전쟁터인가 보다. “선수들이 말로는 즐기는 골프라고 하지만,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즐길 수 있기에는 너무 치열한 전쟁터예요. 질투심 많고 욕심 많은…. 여자들끼리 경쟁하면 남자들보다 더 피 튀깁니다. 버디 하나 잡기 위해 샷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예선 떨어지고, 시드에서 떨어지고…. 유지하려면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가 ‘원 샷 앳 어 타임’(One shot at a time)을 골프 좌우명으로 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골프는 마라톤이다.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어요. ‘한 샷 한 샷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자. 그러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는….”

내년 시즌 목표는 그다지 크지 않다. “올해 1승은 했으니 2승 이상 하고 싶어요. 올해보다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부상 없이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엘피지에이 진출 꿈은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전세계를 누비면서 많은 문화도 체험할 수 있고, 새로운 역사를 배울 수도 있고, 투어를 뛰면서 그만큼 공부가 되잖아요.” 그러면서도 외동딸로 연로한 부모님이 늘 마음에 걸린다. “부모님과 떨어지기는 싫어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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