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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07 19:05 수정 : 2015.12.07 19:05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한국·일본·유럽·호주 등 4개 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항전인 ‘더 퀸스’ 최종 3라운드가 열린 지난 6일 일입니다. 일본 나고야 인근 미요시컨트리클럽 9번홀 그린 부근에서 한국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봤습니다.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성 3명이 ‘MIN SU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태극기를 흔들며 김민선을 향해 열렬히 응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팬클럽 이름은 ‘파이브 스타’(FIVE STAR). 시나다 모도아키(46)는 “한국이 엘피지에이(LPGA)에서 많이 활약해서 지난해 직접 한국에 가서 선수들을 봤는데, 드라이버 비거리가 많이 나고, 공격적 플레이를 하는 김민선의 팬이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7번, 올해는 5번 한국을 다녀갈 정도의 열성팬이라네요.

이들이 한국 선수에 열광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일본 선수들은 자국 팬들에게 딱딱하게 대하는데 한국 선수들을 잘 대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잘 납득이 안 갔지만, 좋지 않은 한-일 관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포츠에서 한국 선수들을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일본은 남자보다 여자 프로골프가 더 인기가 있다. 특징이 있고 눈에 띄는 선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보미 같은 선수가 있어서 그렇다”며 올해 상금왕에 등극한 ‘보미짱’ 얘기를 꺼내더군요. 일본에서는 올해 초청선수로 출전해 두번씩이나 ‘메이저 퀸’에 오른 전인지의 인기도 좋다고 합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은 자신이 전인지 일본 팬 50명을 관리하는데 사진도 올려주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에 따르면 20~30명이 조용히 전인지 경기를 따라다니고, 오는 19일에는 수원의 한 호텔에서 전인지가 한국 팬 130명, 일본 팬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송년모임을 한다고 합니다.

한국 선수들은 각별한 팬 서비스 말고도 적극적 기부활동으로 일본 골프계에 감동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의 기부 문화를 배우고 자극받아야 한다.” 신조 마사시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 사업부 주임의 말입니다. 그는 “한국 선수가 일본 대회에서 받은 상금을 기부하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올해 2억엔 이상의 상금을 받은 이보미가 후쿠시마 원전 피해자 등을 위해 1억원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일본인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메이저대회인 리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신지애가 한국 투어를 뛸 때 ‘기부천사’였다는 말을 해주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일본 골프계가 선수들의 매너와 기부 등 두가지 측면에서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한국은 일본의 투어 대회 수가 많은 점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본은 올 한해 여자의 경우 37개(총상금 33억7300만엔), 남자는 25개의 투어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여자 29개, 남자 12개인 한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 남자 선수의 일본으로의 엑소더스가 몇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현재 진행중인 일본 남자투어 ‘큐(Q)스쿨’에 115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대조적인 두 나라 투어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셈입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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