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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03 18:50 수정 : 2015.11.03 22:04

전인지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골프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 원칙이 있는데, 약속한 것은 지킨다는 것입니다.” 프로골퍼로서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사진)가 3일 한 말입니다.

난데없이 무슨 얘기냐고요? 몸(왼쪽 어깨부상)은 아프지만, 자신의 후원사 및 각종 투어 대회 스폰서와의 약속, 그리고 자신을 여기까지 있게 해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를 위해, 이번 시즌 남은 대회에 가능한 한 다 출전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살신성인’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나 싶네요.

올해 한·미·일 투어 대회를 뛰느라 강행군한 전인지의 몸 상태는 최근 악화됐습니다. 8주 동안 쉬지 않고 국내 대회는 물론 해외대회까지 출전을 강행한 탓에, 기존에 있던 왼쪽 어깨 부상이 도져 샷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급기야 지난 1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는 어깨 통증으로 중도에 기권을 했습니다.

병원 진단 결과, 왼쪽 어깨 부근의 충돌증후군으로 통증이 심해 2~3주 정도는 쉬라는 의사 권고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전인지는 쉬려야 쉴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번주에는 에이디티(ADT)캡스 챔피언십, 다음주에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 다 국내 투어입니다.

최근 몸에 이상을 발견한 전인지는 애초 에이디티 캡스 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에 지난달 25일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대회 타이틀 스폰서 쪽의 출전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던 탓인지, 그는 3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대회 출전 준비를 하겠다”고 이를 번복했습니다. 그가 내세운 이유는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협회가 있었서 가능한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또 그는 “내년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남은 국내 대회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골프 관계자와 팬분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싶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투어 대회는 스폰서가 이른바 ‘갑’이기 때문이지요.

전인지는 두 대회 뒤에는 바로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시엠이(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미국으로 가야 하고, 그 다음주엔 일본여자프로골프 투어 리코 챔피언십에 나설 예정입니다. 두 대회도 이미 출전하기로 대회 스폰서와 약속를 해놔서 이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게 전인지의 설명입니다. 쉬고 싶지만 스폰서를 위해 대회 출전을 강행해야 하는 전인지의 사정이 참 딱해 보이기도 합니다.

프로골프투어는 대회 타이틀 스폰서가 없으면 유지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타이틀 스폰서들이 협회나 선수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선수는 혹사당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회에 출전해야 합니다. 협회나 스폰서가 대회 흥행에만 열을 올리지 않고, 선수 보호에 우선을 두는 그런 대회 문화가 언제쯤 골프계에 정착될 수 있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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